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쿠바에서 <A Moveable Feast>를 썼다. 헤밍웨이의 마지막 아내는 헤밍웨이가 이 책을 1957년부터 쓰기 시작해 1960년에 마쳤다고 말한다. 헤밍웨이는 1961년에 자살을 한다. 이 책은 1964년에 출판된다.
이 책에는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지냈던 1921년부터 1926년 까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죽기 전에 쓴 청춘 시절에 대한 회고록인 셈이다.
제목 <A Moveable Feast> '움직이는 축제'라는 뜻이다. 헤밍웨이는 1950년에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번역은 자체번역).
If you are lucky enough to have lived
in Paris as a young man, then wherever you
go for the rest of your life, it stays with
you, for Pairs is a moveable feast.
만일 자네가 젊어서
파리에 살았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면
남은 한평생동안 어디를 가든
파리는 자네와 함께 할 걸세.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이기 때문이지.
저 편지를 쓰고부터 몇 년 후 헤밍웨이는 <A Movable Feast>를 집필한다. 저 편지를 썼을 때부터 젊은 시절 파리에 대한 회고록을 쓰고자 마음을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국내에도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이 되었다.
헤밍웨이가 쓴 다른 유명작들에 비해 <A Movable Fesat>는 상당히 덜 알려졌다.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있거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등은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주변에 책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는 사람들한테 물어도 <A Moveable Feast>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덜 알려진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헤밍웨이의 문체와 1920년대 파리가 결합하니 독특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된다. 유명인사들도 많이 출연한다. 유명 평론가인 거트루드 스타인도 등장하고 피카소도 등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콧 피츠제럴드가 출연한다. 배경이 1920년대이니 헤밍웨이도 아직 첫 장편을 내기 전이다. 책 속에서 헤밍웨이는 '이제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해나가는' 인물로 스스로를 묘사한다. 피츠제럴드도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단계였다. 후에 미국 문학계의 거성이 되는 두 인물의 젊은 시절을 구경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는 쓰는 문장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헤밍웨이는 담백하고 솔직하면서 힘이 세고 피츠제럴드는 재능 넘치는 유려함 그 자체다. 글에 두 사람의 성격이 고스란히 보이는 셈이다. 헤밍웨이는 언제나 직선적이다. 피츠제럴드는 무엇을 쓰든 매력적으로 써낸다. <A Movable Feast>에서 헤밍웨이는 글쓰기에 대해서 다름과 같이 묘사한다.
'Don't worry. You have always written before and you will write now. All you have to do is write one true sentence. Write the truest sentence that you know.'
'두려워하지 말자. 나는 계속 글을 써왔고 지금도 써낼 것이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실된 한 문장을 써내는 일 뿐이다. 내가 아는 가장 진실된 한 문장을 쓰자.' (자체번역)
이 책은 여행에 잘 어울린다. 여행을 하고 싶을 때 읽기도 한다. 책장을 바라보다가 오랜만에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도 여행을 나가고 싶어서였다. 전염병으로 인해 여행이 불가능하니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1920년대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 이 책은 문장을 읽는 즐거움과 풍경을 보는듯한 느낌과 인물을 구경하는 재미와 독특한 일화들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이 책에는 스콧 피츠제럴드가 헤밍웨이에게 이제 막 탈고한 <위대한 개츠비>를 한 번 읽어보라며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헤밍웨이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A Moveable Feast>는 꼭 읽어봐야할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장면에서 헤밍웨이는 다음과 같이 쓴다.
When I had finished the book I knew that no matter what Scott did, nor how he behaved, I must know it was like a sickness and be of any help I could to him and try to be a good friend. He had many good, good friends, more than anyone I knew. But I enlisted as one more, whether I could be of any use to him or not. If he could write a book as fine as The Great Gatsby I was sure that he could write an even better one.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나는 스콧이 무엇을 하든, 어떤 이상한 행동을 하든 나는 그것을 그를 괴롭히는 질병처럼 여기고 그를 최대한 도와야 하며 또한 그의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그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그 친구 중 하나가 되고자한다. 위대한 개츠비 처럼 훌륭한 책을 써내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가 심지어 그보다도 더 좋은 책도 쓸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자체번역)
글 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A Moveable Feast(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번역서도 나와있긴 하지만 혹시나 영문에 접근이 가능하다면 원서로 읽을 것을 추천한다. 모든 번역이 어렵지만 헤밍웨이 번역도 어렵다. 문장이 담백해도 번역하기 어려운 작가가 헤밍웨이다. 번역서로도 내용은 충분히 즐길 수 있겠지만 원서로 읽는다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아, 우디 앨런이 감독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감명깊게 본 사람도 이 책을 꼭 읽기 바란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을 때 딱 떠올랐던 책이 <A Moveable Feast>였다. 우디 앨런이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미드나잇 인 파리>는 헤밍웨이의 책 <A Moveable Feast>에 대한 헌정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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