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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tics & Epigenetics

쉽게 보는 유전자, 유전자 주변, 그리고 노화와 노화의 역행

by WritingStudio 202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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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Cell 저널에 하버드 대학의 싱클레어 교수(Dr. Sinclair) 팀(한국인 학자인 양재현 교수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이 쓴 놀라운 논문이 올라왔다. 이 논문은 공개되자마자 관련 과학계의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논문의 제목은 'Loss of epigenetic information as a cause of mammalian aging'이다. 번역하자면 '포유류 노화 원인으로서의 후성유전적 손실'이다. 연구 논문 제목이다보니 단어들이 어려운데, 한 번 쉽게 풀어서 이해해보도록 하자.

 

논문은 그 분야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를 써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제목 이해가 어렵다. 위 제목을 일반적인 언어로 일단 한 번 풀어서 쓰자면 '포유류가 늙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후성유전적 정보 손실이다'가 된다. 제목에 '인간'이 아닌 '포유류'라고 쓴 이유는 이 논문은 쥐를 실험체로 삼아서 낸 논문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포유류에는 인간이 포함이 되고, 쥐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왜 쥐 실험을 하겠는가.

 

포유류는 그렇다 쳐도, 위 제목에 쓰인 단어 중 일반 사람 입장에서 가장 어려울 단어는 바로 '후성유전적(epigenetic)'이다. 일반에게 생소한 단어가 맞다. 하지만 이 놀라운 발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후성유전적(epigenetic)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이해해야 한다.

 

후성유전적(epigenetic)이란?

개인적으로는 epigenetic을 '후성유전적'이라고, epigenetics를 '후성유전학'이라고 번역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 이미 옛날에 정해진 번역어이니 이제와서 바꾸기는 힘들지만, '후성유전(後成遺傳)'이라는 단어는 원어와 의미도 꽤나 다를 뿐더러 쓸데없이 복잡해보인다. 그러니 일단 '후성유전'이라는 번역어는 잊고 epigenetic이라는 단어를 먼저 살펴보자.

 

epigenetic은 epi-genetic이 합쳐진 단어이다. genetic은 잘 알려졌든 '유전적'이라는 뜻이다. DNA를 떠올리면 된다. 즉, genetic은 DNA 등을 구성하는 실제 유전자와 관련된 것을 말한다. epi-는 '~의 위(over), 앞/전(before), 뒤(after), 근처(near), ~의 전반에 걸친(upon)' 등의 뜻을 가진다. 즉, 무언가의 앞에 'epi-'가 붙으면 그 무언가 자체는 아닌 그 주변의 무엇을 뜻한다. 그러므로 epigenetic은 'genetic(유전자)의 주변적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epigenetic은 '후성유전적'이라는 번역어보다는 '유전자 주변적'이라는 번역어가 더 와닿지 않나 싶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후성유전적' 혹은 '후성유전학'이라는 단어 대신 '유전자 주변적', '유전자 주변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

 

유전자와 유전자 주변

DNA(Deoxyribonucleic Acid;디옥시리보핵 산)는 유전자이다. 우리는 보통 DNA라고 하면 '이중나선구조'만 떠올린다. 막상 이 DNA가 어디에 있는지, 이 DNA가 우리 몸을 만드는 데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소개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동안은 인간이 늙고 병드는 이유가 DNA에 있다고 보아왔기 때문이다. 노화와 병에 대한 기존 통념은 인간이 나이가 들 수록 이 DNA가 손상이 되거나 DNA상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로 인해 늙고 병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관련 연구가 계속될수록 DNA로는 노화나 병이 설명이 안 된다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노인의 유전자를 채취해보아도 별다른 손상이나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유전자 주변학(epigenetics)으로 관심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이는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반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이다.

 

DNA는 우리 몸 속 거의 모든 세포에 거의 동일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DNA는 그 세포 안에서 혼자서 둥둥 떠다니지 않는다. DNA는 염색체(chromosome)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염색체는 복잡하게 얽힌 염색질 섬유질(chromatin fiber)로 이루어지고, 이 섬유질에 DNA가 엮여있고, 이 섬유질은 히스톤(histone)이라는 원형 단백질을 감싼다. 글로 쓰니 어려워보인다. 그림을 한 번 그려보도록 하겠다.

염색체(chromosome), 염색질(chromatin), 히스톤(histone), DNA

위 그림에서 우리가 아는 유전자(genome)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그려진 선 부분이다. 까만 선 부분은 모두 염색질(chromatin)이다. 그러니 DNA 역시도 염색질에 매달려있는 셈이고, 그 염색질은 히스톤에 감겨있다. 여기서 유전자 주변(epigenome)이라 함은 빨간선과 파란선을 제외한 모든 부분, 즉 위 그림 상으로는 염색질(chromatin)과 히스톤(histone)이다(실제로는 더 있다). 그리고 이 유전자 주변물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얘기할 때 우리는 유전자 주변적(epigenetic)이라고 말하고, 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유전자 주변학(epigenetics)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유전자 주변과 노화와 무슨 관계인가?

위의 내용 까지가 2023년 1월에 발표된 논문의 결과와 의미에 대해 말하기 위한 아주 간략한 사전 설명이다. 이제 대체 이 유전자 주변적(epigenetic)인 것이 노화(aging)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자.

 

앞서 말했듯 유전학 초기에는, 그리고 최근까지도 학자들은 노화를 연구함에 있어 유전자, 즉 DNA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노화가 상당히 진행된 사람의 세포에서 채취한 DNA도 손상이 거의 없거나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그렇다면 DNA는 노화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노화를 연구함에 있어 DNA에만 초점을 맞춘 이유는 당시에는, 그리고 최근까지도 DNA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즉 DNA에 담긴 설계도가 우리 몸에 실제로 어떻게 발현, 혹은 표현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들은 DNA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DNA 주변활동, 즉 유전자 주변적(epigenetic)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밝혀내었다. DNA가 멀쩡해도 그 DNA를 풀어주고 되감아주는 염색질(chromatin)이 고장이 나거나 DNA에 유전자 활성화(gene expression)를 방해하는 요소가 생기거나 하면 그 DNA는 죽은거나 마찬가지였다.

 

위 그림에서의 염색체처럼 꽁꽁 묶인 상태에서는 DNA 정보가 읽힐 수가 없다. RNA가 DNA정보를 읽으려면 염색체가 길게 풀어져서 DNA를 읽히기 쉬운 상태로 펴주어야 한다. 그러면 그렇게 펴진 DNA에 RNA가 접근하여 필요한 유전자 정보를 수집해가고 DNA는 다시 원래 상태로 꽁꽁 묶이게 된다.

유전자 주변 활동(epigenetic)이 제대로 일어나는 경우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을 하고 계속하여 살아가는 동안 이 활동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즉, 염색질(chromatin)은 수없이 풀어졌다 다시 엉켰다를 반복한다. 또한 염색질이 감겨있는 히스톤의 상태에도 변화가 생기고 DNA 주변에도 (비유하자면) 방해물질이 쌓이게 된다. 스프링이 풀어졌다 원래대로 돌아왔다를 반복한다고 보면 된다. 스프링을 수없이 늘였다 줄였다를 하면 점점 늘어나거나 꼬여서 원래 모습을 잃게 된다. 그 스프링에 DNA가 붙어있다고 생각을 해 보자. 스프링이 고장이 나면, 필요한 DNA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DNA에서 필요한 레시피를 가져가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몸을 유지/보수하는데 필요한 활동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노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Loss of epigenetic information as a cause of mammalian aging' 논문 내용이다.

노화의 원인

 

이 논문이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단지 노화의 원인을 밝혀서가 아니다. 유전자 주변적(epigenetic) 현상이 노화의 원인이라는 짐작은 그 전부터 있었다. 이 논문이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고장나거나 손상된 유전자 주변 상태를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을 시키는게 가능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노화를 늦출 수 있고 심한 경우는 다시 젊어질 수도 있음을 쥐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쥐 실험 단계 수준이고, 모든 의문이 풀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노화와 관련한 중요한 실마리를 잡아낸 것은 분명하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다.

 

싱클레어 교수는 과거부터 '노화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질병'이라고 주장을 해 왔고 관련된 연구를 지속해왔다. 만약 정말로 노화의 원인이 밝혀지고 쥐 실험에서와 같이 인간 실험에서도 노화가 거스를 수 있는 것임이 밝혀지면 이는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거리가 될 것이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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