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영화60 아바타: 물의 길(Avatar: A Way of The Water) (2022) '아바타: 물의 길(Avatar: A Way of The Water)'을 보러 가기 전에 이 영화에 대한 기준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전작인 '아바타'(2009)처럼 CG면에서 또 다른 신세계를 열어주기를 원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였다. 그렇다고 스토리에 기대를 두기도 힘들었다. 아바타는 영상을 즐기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전작과 수준은 비슷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영상 정도를 기대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도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가 선택한 결론은 세계관 확장이었다. 아바타 세계관에서 판도라는 지구 크기의 70%정도 되는 행성이다. 그러니 충분히 크다. 지구만 해도 국가가 거의 200개가 되며 수많은 인종이 산다. 판도라 .. 2022. 12. 15. 그래비티(Gravity)(2013) 재개봉(2022) 2013년에도 나는 영화를 좋아했다. 당시에도 '그래비티(Gravity)'는 꼭 봐야 하는 영화였다. 3D로 펼처지는 우주와 지구 경관은 엄청났다. 나는 당시에는 이 영화에 4점(5점 만점)을 줬다. 물론 4점도 매우 높은 평점이다. 특히나 고예산 대중 영화에 4점은 개인적으로는 최고점 수준이다. '테넷'(202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컨택트'(2016) 정도(물론 그 외에도 여러 편이 있긴 하다)가 4점을 준 고예산 대중 영화들이니 나름대로 기준점이 높은 셈이다. 2022년에 재개봉한 '그래비티'를 용산CGV IMAX관에 가서 다시 봤다. 그러고는 느꼈다. 내가 10년 전에는 영화를 잘 몰랐구나. 왓챠에 들어가 별점 점수를 4.. 2022. 12. 13. 더 메뉴(The Menu) (2022) 몇 해 전부터 한국에서도 파인 다이닝(fine din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라 불리는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면 비용이 꽤 많이 든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라 불리려면 좋은 재료로 일반 식당이나 가정집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의 요리를 내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게 분위기나 서빙 등 모든 면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기도 하다. 아주 가끔씩 기회가 생겨 파인 다이닝에서 식사를 하고 나올 때마다 여러 생각이 든다. 맛있긴 한데, 대단한 것은 알겠는데, 왜 이정도까지 하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비교적 쉽다. 그들은 셰프이기 때문이다. 셰프이기에 뛰어난 요리를 하고 싶어하고,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상상했던 요리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기꺼.. 2022. 12. 13. 올빼미(2022) 조선왕조실록은 한국 영화계에는 마르지 않는 우물과도 같다.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을 자랑하다 보니 아무리 파 내어다 써도 밑이 드러나지 않는다. 오백여년 동안 사관들이 불철주야 왕 옆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을 기록한 실록이라 그 오백여년 동안 일어난 온갖 일들이 기록되어있다. 양이 너무도 방대해서 그 누구도 조선왕조실록의 전문가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한 개인이 평생을 읽어도 제대로 다 읽지 못할 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근성은 좋다. 검색창에 '조선왕조실록'이라고 치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엄청나게 잘 정리해 둔 자료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원본도 모두 스캔하여 올려두었고, 원본과 번역본을 붙여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조선왕조실록은 영화나 드라마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2022. 12. 7. 본즈 앤 올(Bones And All) (2022) 사람은 각기 다른 본성을 타고 나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본성을 가지고 일반적인 사회 속에서 일반적인 교류를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경우에는 내가 누군가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누군가와 멀어지는 것도 어느 정도는 내 선택에 의해서이다. 일반 사람들과는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본성을 타고 난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꿈 꾸어 보기도 하고 실행에 옮기기도 하지만 이는 순간적일 뿐이다. 그들이 타고난 본성에 의해 그 관계는 깨어진다. 그들에게 남은 방법이라고는 그들과 같은 본성을 타고난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같이 지내는 것 뿐이다.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가 감독한 영화 본즈 앤 올(Bones And All)은.. 2022. 12. 4. 홍상수 - 탑(2022)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보러 갈 때에는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든다. 익숙함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야 할까, 지향점과 표현 방식이 비슷해 보이는 영화가 연달아서 나오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그 익숙함도 매력적이기에 다시 극장으로 가면서도 조금은 덜 익숙한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같이 든다. 그런 면에서 '탑'은 새로웠다. 이번에는 홍상수 감독이 관찰한 외부 무엇인가가 아닌 스스로를 관찰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탑'이라고 표현되는 영화 속 건물은 해옥(이혜영)이 소유한다. 오랜 별거 생활 중인 영화 감독 병수는 그 건물에 5년만에 만난 딸 정수(박미소)를 데리고 간다. 미술을 전공했던 정수가 미술에는 흥미를 잃고 실내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이자 그 분야 전문가인 해옥을 딸에게 소개시켜주기 .. 2022. 11. 6. 블랙 아담(Black Adam)[2022], 퇴고조차 안 한 출판물 영화 '블랙 아담(Black Adam)'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극장에서 상영한 그 판본이 마지막 완성본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장면장면 사이에 이음매들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었다. 흐름은 억지스러웠고 대사는 유치했다. 중간중간에 섞어 넣은 유머도 유효하지 않았다. 안 웃긴 사람이 본인이 웃긴 줄 알고 하는 그런 농담들과 재치가 없는 사람이 부리는 듯한 제스처 등은 어색함을 넘어 그나마 유지하던 집중력을 깼다. 영화 스토리상 중심부분을 장식하는 선과 악에 대한 개념도 너무도 고리타분했다. 옛날 만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지만 그래도 2022년에 개봉을 하려면 어느 정도는 그에 맞춰 발전을 시켜야 맞다. 캐스팅은 좋았기에 더 아쉬웠다. 드웨인 존슨은 블랙 아담 역으로 제격이었다. 분노도 정의감도 .. 2022. 10. 20. 영화 '아바타(Avatar)' 리마스터 2009년 12월에 개봉한 영화 '아바타'는 기존 흥행 기록들을 모두 깨버렸다. 그리고 '아바타'는 아직까지도 역대 영화 흥행 기록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아바타'는 영화를 깊게 보는 사람들과 재미로 보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켰다. 평론가든 일반 관객이든 색다른 경험 앞에서는 무장을 해제하게 된다. 그리고 '아바타'는 그들 모두에게 믿지 못할 화면을 선사했다. '아바타'가 개봉하기 2년 전인 2007년에도 엄청난 화면을 선사한 영화가 개봉했으니 바로 '트랜스포머(transformers)'였다. 트랜스포머는 당시로서는 믿기 힘든 로봇 CG와 함께 그 CG를 실사 화면에 이질감 없이 삽입시키는 놀라운 기술을 선보였다. 2000년대 영화 CG는 '트랜스포머'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압.. 2022. 9. 29. 다 잘 된 거야(Tout s'est bien passé) (2021) 영화 '다 잘 된 거야(원제: Tout s'est bien passé ; 영제: Everything Wend Fine)'는 프랑소와 오종(François Ozon)이 감독한 2021년 개봉작이다. 한국에서는 2022년에 개봉했다. 프랑소와 오종은 유명 감독이지만 나는 그가 감독한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인 더 하우스(2012)', '영 앤 뷰티풀(2013)' 정도를 보았을 뿐이다. 독특하고 사회적 문제가 되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지만 연출 형식은 지극히 정통적인 영화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민감한 주제를 보다 더 자세히 보면서도 다각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들이었다. 매력적인 감독이었다. 영화 '다 잘 된 거야' 각본은 엠마뉴엘 베른하임(Emmanuèle Bernheim)이 쓴 2013년 출판작인 동.. 2022. 9. 9.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Verdens verste menneske)[2021] 제목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이 영화 원제인 Verdens Verste Menneske에 대해 감독 요아킴 트리에(Joachim Trier)는 한 인터뷰에서 '노르웨이에서 옛날부터 써 온 말로 세상 하잘것없이 보이는 일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이 스스로를 비웃고 책망하는 뜻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의역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간'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영어 제목인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는 그래도 원제를 많이 존중한 제목인 셈이다. 리뷰 시작부터 한국어 번역 제목을 걸고 넘어지는 이유는 이 영화는 '사랑할 때'만을 강조하는 영화도 아니고 '사랑할 때에만' 일어나는 일만을 그리는 영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제 갓 서른이 된 무언가가 되고 싶은 강한 의지와 .. 2022. 9. 1. 놉(Nope)[2022] 영화 놉(Nope)은 조단 필(Jordan Peele)이 연출한 세 번째 영화이다. 원래 배우로서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그는 2017년 영화 겟 아웃(Get Out)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겟 아웃은 그동안 어떤 영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섬뜩하면서도 매력적인 이미지를 담아내어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다. 그가 감독한 두 번째 영화인 2019년 개봉작 어스(Us)는 좀 더 혼란스러운 영화였다. 겟 아웃과도 연결성이 비치는 영화로 심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상당히 강렬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어스는 속편이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 조단 필 새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겟 아웃과 어스를 잇는 작품이 나올줄 알았다. 놉이라는 영화 제목에서도 전작들과 내용면에서도 이어지겠.. 2022. 8. 31. 헌트[2022] 이정재와 정우성. 실제로도 친분이 깊기로 소문난 두 배우가 오랜만에 한 영화에 같이 출연한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이에 더해 이정재가 처음으로 연출(감독)을 맡고 각본을 쓴 영화라는 사실도 관심을 모았다. 그 관심 속에는 우려도 포함된다. 기대를 하는 만큼 실망도 크지 않을까 싶은 요소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왕년 청춘스타 이정재/정우성이 아닌 배우 이정재/정우성이 어떤 연기력과 호흡을 보여줄지, 배우 이정재가 처음으로 감독을 맡은 영화인데 연출이 너무도 기대 이하는 아닐지 등 우려할 만한 요소도 한둘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본 후에 든 생각은 기대한 부분은 기대한대로 충족이 되었고 우려스러운 부분은 우려스러운대로 드러났구나 였다.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헌트는 볼.. 2022. 8. 30. 시(2010), 이창동 감독이 피해자들에게 바치는 추도사 영화 시는 2010년 개봉작이며 감독은 이창동이다. 이 영화는 한 때 전 국민을 공분하게 만든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계가 깊다.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던 시기에 이창동 감독은 밀양에서 영화 밀양(2007)을 찍는 중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영화를 찍는 장소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본 이창동 감독은 잠시 밀양 촬영을 중지했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이창동 감독은 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어야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영화 시이다. 시는 국제적으로 큰 관심과 인정을 받았다. 칸 영화제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영화 관계자들에게 인정만을 받았을 뿐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창동 감독 본인이 말하길 '원래 자신은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 2022. 7. 26. 헤어질 결심[2022], 박찬욱식 로맨틱 영화의 탄생 박찬욱 감독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감정 표현 방식이 매우 직선적이었다. 사랑하는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거침없고 적나라한 몸 관계를 맺으며 폭력적인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신체 중 일부가 잘려 나가든지 사방에 피가 튀기든지 한다. 복수를 하고자 할 때에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나락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신체적 손상까지도 무자비하게 행한다. 즉,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인물들은 참지 않는다. 참는 경우는 단 하나이다. 원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경우. 즉 참기 위해 참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그 참는 동안 느낀 괴로움까지 더하여 더 강렬하고 직선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 참는 것이다. 헤어질 결심은 다르다. 어느 인터뷰에서인가 박찬욱 감독이 "내가 멜로.. 2022. 7. 2. 탑 건: 매버릭 [2022], 톰 크루즈 커리어 최고의 영화 탑 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은 제작이 된다는 소문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1986년 개봉작 탑 건이 워낙 흥행작이었기 때문이다. 36년 전에 개봉한 영화인데도 아직도 톰 크루즈(Tom Cruise)하면 탑 건을 대표작으로 뽑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탑 건은 인기작이었다. 그런 영화가 36년만에 후속작을 낸다니 그 자체로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36년은 긴 세월이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톰 크루즈는 이제 예순에 가깝다. 블록버스터 영화 씬도 그 당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몸을 던지는 스턴트나 직접 촬영보다는 주로 CG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영화에 따라서는 CG자체가 감상 포인트가 될 정도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뛰고 구르고 몸을 던지는 배우가 바로 톰 크루즈이다... 2022. 6. 24. 범죄도시2 [2022] - 괜찮은 한국 대중 영화의 괜찮은 후속작 범죄도시2(2022)를 본 이유는 범죄도시(2017)를 흥미롭게 봤기 때문이다. 범죄도시는 한국적인 특색을 잘 살린 괜찮은 대중영화였다. 범죄도시는 범죄율이 높은 구역인 대림동을 배경으로 삼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영화적으로 표현한 다음 마동석이라는 이제는 한 장르가 되어버린 배우를 캐스팅하고 '장첸'이라는 존재감이 분명한 악역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 안에 한국 경찰이 속한 현실을 유머를 섞어 풀어냈다. 배우들 간 호흡도 볼만했다. 범죄도시를 보고 나서 딱히 이 영화 속편이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어느 날 범죄도시2광고를 보게 되었다. 예고편을 보니 범죄도시2는 한국이 아닌 필리핀이 시작점이었다. 범죄도시는 그 도시가 한국 도시이기에 한국 관객에게 보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였다. .. 2022. 6. 16. 더 노비스(The Novice)[2021] - 영화적으로 표현해낸 극에 달하는 강박과 집착 더 노비스(The Novice). '신참'이라는 뜻이다. 예매를 결정하기 전에 영화 정보를 좀 찾아봤다. 조정(rowing)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관심이 가기도 했고 조정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관람하기가 머뭇거려지기도 했다. 로렌 해더웨이(Lauren Hadaway)라는 감독도 생소했다. 알고보니 이 영화가 감독 데뷔작이었다. 영화 포스터가 매우 거칠었다. 위플래시(whiplash) 느낌이 나기도 했다. 해더웨이 감독은 이 영화를 감독하기 전까지 영화 사운드 부문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음향 전문가였고 실제로 영화 위플래시에서 사운드 편집 일을 했다. 아마 이 영화를 감독하게 된 데에는 위플래시가 끼친 영향도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처절하고 치열했다. 한 시간 반 동안.. 2022. 6. 14. 파리, 13구(Les Olympiades, Paris 13e)[2021] -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보여주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파리 파리라는 제목이 관심을 끌었다. 판데믹 상황이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어디로도 나가지 못하는 시점에 파리, 13구라는 제목은 매력적이었다. 제목과 더불어 흑백 포스터에도 끌렸다. 파리 13구역은 파리 중심부에서 많이 벗어난 곳이다. 영화에 흔하게 나오는 파리와는 지역 자체가 다르다. 흑백 포스터라도 백인과 아시아인과 흑인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분명 의도적인 캐스팅이었다. 파리라는 제목, 흑백 포스터, 감각적인 느낌 등에 이끌려 예매를 했다. 이 영화는 원래 제목이 Les Olympiades, Paris 13e이다. Les Olympiades는 파리 13구역에 위치한 커다란 주거 건물이다. 그러니 이 영화 제목은 매우 구체적인 주소인 셈이다. 당연스럽게도 이 영화에서 인물들이 활동하는 주된 공간이기.. 2022. 6. 14. 우연과 상상(偶然と想像) [2021] - 일상 속 우연과 색다른 상상 평점 : 4 / 5 국내판 포스터에는 '아카데미 수상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신작'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드라이브 마이 카(2021)보다 먼저 개봉했던 영화이다. 한국에서 정식 개봉을 늦게 했을 뿐이다. 또한 2021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는 우연과 상상과 드라이브 마이 카가 모두 상영되었다. 영화 우연과 상상(2021) 안에는 단편 영화 세 편이 들었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魔法(よりもっと不確か)), 문은 열어둔 채로(扉は開けたままで), 다시 한 번 더(もう一度). 이 단편 영화 셋은 서로 내용상 연관은 없다. 다만 착상 방식이 같다. 세 편 모두 문득 떠오른, 혹은 실제로 보았던 우연을 시작으로 상상을 펼치는 식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이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濱口竜介) 감독이 본인이.. 2022. 5. 13.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2022] 평점: 3 / 5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영화 제목만 보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멀티버스를 연구한다든지 멀티버스를 만든다든지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아니다. 원래 제목을 한 번 보자.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미쳐 돌아가는 멀티버스 속 닥터 스트레인지. 여러 사람들이 보는 영화 제목이기에 '대혼돈'이라는 젊잖은 단어를 썼지만 이 영화 제목상 'madness'는 '미쳐 돌아가는' 이라는 뉘앙스에 더 들어맞는다. 대혼돈(chaos)와 광란(madness)의 어감 차이는 분명하다. 대혼돈은 인간의 감정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광란(madness)는 인간적인 감정까지를 포함한 단어이다. 영화 마케팅적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한글 제목을 지어보자면.. 2022. 5. 4. 윌 스미스(Will Smith) - 크리스 락(Chris Rock) 사건 읽어보기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크리스 락이 시상식을 진행하는 중에 윌 스미스가 무대로 올라오더니 크리스락의 뺨을 갈겼다. 공중파 생방송에서, 그것도 아카데미 시상식이라는 전 세계로 송출되는 행사에서 사회자가 배우에게 뺨을 맞는 사건이 일어났다. 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윌 스미스는 대중들에게 엄청난 지탄을 받았고 크리스 락은 뺨을 맞고도 의연히 대처한 대인배 이미지를 얻었다. 꽤나 흥미로운 진행이었다. 정말 윌 스미스가 그렇게나 잘못을 했고, 크리스 락은 그렇게나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일까. 사건 전말은 이렇다. 스탠드업 코디미언인 크리스 락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하며 이런저런 농담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중이었다. 영화제 .. 2022. 4. 4. 벨파스트(Belfast) [2021] 리뷰 및 후기 벨파스트(Belfast)는 영국을 구성하는 국가들 중 하나인 북아일랜드의 수도이다. 북아일랜드는 현대사가 복잡한 나라이다. 북아일랜드에는 북아일랜드가 국가로 독립하기를 원하는 세력과 영국령에 속하기를 바라는 세력이 공존했다. 그 두 세력 사이에는 마찰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는 곧 종교분쟁으로 이어졌다. 다수였던 개신교들은 북아일랜드가 영국령으로 남기를 원했고 소수였던 카톨릭인들은 북아일랜드가 따로 독립을 하기를 원했다. 그러던 중 1969년에 개신교도들이 천주교도에게 폭력을 가하면서 대분쟁(The Trouble)시대가 시작된다. 케네스 브래너Kenneth Branagh감독은 벨파스트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벨파스트는 아주 사적인 영화인 셈이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도 인터뷰에서 벨파스트가 자신이 만든 영화 중.. 2022. 4. 3. 스펜서(Spencer) 영화 리뷰 및 후기 평점: 4/5 이 영화는 다이애나 스펜서Diana Spencer가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당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이 3일 동안에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서 다이애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익히 들어본, 국내에서는 다이애나 왕세자비라고 불리는 웨일스 공비Princess of Wales 다이애나이다. 다이애나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II의 장남인 웨일스 공Prince of Wales 찰스Charles와 1981년 결혼하였으며 윌리엄William과 해리Harry를 낳았다. 다이애나와 찰스의 결혼 생활은 성격 차이로 인해 순탄치 않았으며 찰스와 다이애나 모두 결혼 생활 중에 외도를 했다. 그리하여 둘은 1992년부터 별거 생활을 했으며 1996년 결국 이혼을 하게 된.. 2022. 3. 24. 리코리쉬 피자(Licorice Pizza)(2021) 리뷰 및 후기 평점: 4/5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줄여서 PTA라 불리는 이 영화감독은 영화를 못 만드는 법을 모른다. 그는 분명 일반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감독은 아니다. 그가 만든 영화 중 극장 흥행 성적이 제작비를 넘기지 못한 영화도 꽤 된다. 하지만 영화 애호가라면 PTA가 감독한 영화를 기다린다. 그만큼 그는 '믿고 보는' 감독이다. PTA가 감독한 영화들이 대중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가 영화에 사용하는 중심 소재의 성격 때문이다. 이 점이 또 한 명의 '믿고 보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과 PTA가 다른 점이다. 놀란 감독은 대중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 플롯을 통해 영화의 재미와 특수성을 배가시킨다. PTA는 플롯을 복잡하게 사용하는 .. 2022. 3. 12. 돈 룩 업(Don't Look Up)(2021) 리뷰 및 후기 평점: 3.5/5 아담 맥케이(Adam McKay)는 활동 기간에 비해 장편 영화를 많이 감독한 사람은 아니다. 감독이라기보다는 전문 프로듀서에 더 가깝다. IMDB 자료에 따르면 그는 90여 편의 작품(TV 시리즈, 영화 등)을 프로듀스했고 27여 편의 작품을 감독했다. 그의 장편 영화 최근작 3편이 빅 숏(The Big Short)(2015), 바이스(Vice)(2018), 그리고 바로 돈 룩 업(Don't Look Up)(2021)이다. 돈 룩 업 전 두 편만 봐도 그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빅 숏은 미국 금융위기 당시 미국 내 부동산 거래 및 그와 관련된 증권시장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돌아갔었는지를 보여준다. 바이스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시선을 통해 부시 행.. 2022. 3. 6. 더 배트맨(The Batman)(2022) 리뷰 및 후기 평점: 4/5 맷 리브스Matt Reeves가 감독한 더 배트맨(The Batman)(2022)은 여러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우려했던 식상함도 없었고 색깔도 독특했다.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은 더 배트맨의 컨셉에 딱 맞는 브루스 웨인이자 배트맨이었으며 조이 크래비츠Zoë Kravitz는 매력적인 캣우먼이었다. 그리고 너바나Nirvana의 Something in the way는 놀랍도록 적확한 선곡이었다. 21세기 배트맨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이 만든 3부작을 넘어서거나 그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매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다. 플롯 면에서나 캐럭터 면에서나 촬영 면에서 놀란 3부작을 넘어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그와는 다른 매력을 보.. 2022. 3. 1. 나이트메어 앨리(Nightmare Alley) 리뷰 및 후기 나이트메어 앨리(Nightmare Alley)는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가 감독한 영화 중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초자연적(supernatural)인 장면이 없는 영화이자 다른 사람이 쓴 원작을 기반으로 한 각본(adaptive screenplay)으로 만든 유일한 영화이다.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의 원작 소설인 소설 나이트메어 앨리를 쓴 작가는 윌리암 린제이 그레샴(William Lindsay Gresham)이며 이 소설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레샴의 인생은 그의 대표작만큼이나 혼란스러웠다. 그는 알콜 중독자였으며 남편으로서도 충실치 못했다. 그의 아내는 그런 그에게 불만이 많았고, C. S. 루이스(C. S. Lewis)의 글을 좋아하던 그녀는 결국 그레샴과 이혼하고 C. S. .. 2022. 2. 28. 피그(Pig) (2021) 리뷰 및 후기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는 부지런히 활동을 해 온 배우이다. 19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영화를 찍어 왔다.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1995년에 개봉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에서 그는 알콜 중독자 역할을 극사실적으로 해내었고 1996년 오스카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 후 더 락(The Rock)(1996), 콘 에어(Con Air)(1997), 페이스/오프(Face/Off)(1997) 등 액션영화에 출연하여 연달아 흥행가도를 달렸다. 2002년 개봉작인 어댑테이션(Adaptation)에서는 상업영화 뿐만 아니라 실험성이 강한 영화에서도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2000년대 작품 중에서는 어댑테이션을 제외하고는 별 성.. 2022. 2. 24. 유명한 평론가가 별 다섯이래서 봤는데, 나는 재미 없던데? 한 영화를 두고 평론가와 대중이 다르게 평가하는 경우가 꽤 많다. 평론가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대중들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끼기도 하고 평론가는 별로라고 평가한 영화가 대중들에게 사랑받기도 한다. 절대 다수가 좋아하는 영화를 평론가들이 형편없다고 평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영화가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물게는 발생한다. 주로 작품보다는 관객에게 특정 감정을 자극시키는 데에 주력하는 작품들이 그렇다. 한국의 경우, 한국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위인의 일대기를 개연성이나 세심함은 없이 그저 영웅적으로만 다루는 영화가 이에 해당한다. 혹은 '국내자본으로 만들었다'는 것만 앞세운 자극적인 마케팅으로 '한국인이라면 이 영화를 욕하면 안 된다'.. 2022. 2. 6. 어나더 라운드(2020) 이 영화 원제는 덴마크어인 Druk이다. 'Druk'은 일부러 만취하려고 엄청나게 술을 마시는 행위를 뜻한다고 한다. 영어 제목인 Another Round는 번역하면 '한 잔 더'라는 뜻이다. 술은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 했다. 지금도 함께 하는 중이다. 한국도 전 세계적으로 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나라이지만 덴마크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고등학생들이 맥주 박스를 들고 공원을 돌면서 맥주 빨리 마시기 경주를 할 정도이니 말이다. 술과 인간의 관계는 복잡하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그렇다. 하루에 와인 한 잔에서 두 잔 정도는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음주는 인간들 사이의 딱딱함이나 서먹함을 풀어주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대학생들은 신입생 때 대개는 서로 술을 마시며 가까워지곤 한다. 음주는 용기를.. 2022. 1. 23. 이전 1 2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