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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수다

윌 스미스(Will Smith) - 크리스 락(Chris Rock) 사건 읽어보기

by WritingStudio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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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크리스 락이 시상식을 진행하는 중에 윌 스미스가 무대로 올라오더니 크리스락의 뺨을 갈겼다. 공중파 생방송에서, 그것도 아카데미 시상식이라는 전 세계로 송출되는 행사에서 사회자가 배우에게 뺨을 맞는 사건이 일어났다. 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윌 스미스는 대중들에게 엄청난 지탄을 받았고 크리스 락은 뺨을 맞고도 의연히 대처한 대인배 이미지를 얻었다. 꽤나 흥미로운 진행이었다. 정말 윌 스미스가 그렇게나 잘못을 했고, 크리스 락은 그렇게나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일까.

사건 전말은 이렇다. 스탠드업 코디미언인 크리스 락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하며 이런저런 농담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중이었다. 영화제 시상식이다보니 농담의 소재은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채운 배우들이 되었다. 농담은 잘 흘러가는 듯 하였다. 그리고 그 때, 크리스 락은 윌 스미스의 아내를 건드린다. 윌 스미스의 아내는 치료가 불가한 탈모증으로 인해 오랜 기간동안 고통받는 중이다. 그런 윌 스미스의 아내를 두고 크리스 락은 'G. I. Jane' 같다는 농담을 한다(윌 스미스의 아내가 가발로 삭발 상태의 머리를 가리고 참석하였음에도 말이다). 순간 윌 스미스의 아내가 카메라에 비춰졌고 그녀가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 잡혔다. 그리고 윌 스미스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올라갔다. 관객들은 윌 스미스가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줄로 알고 무슨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질까 하며 지켜보았다. 그 순간 윌 스미스는 손바닥으로 크리스 락의 뺨을 갈겼고, 장내는 순간 얼어붙었다. 뺨을 맞은 크리스 락은 어떻게든 태연한 척 쇼를 이어가려 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리로 돌아간 윌 스미스는 크리스 락을 향해 "내 아내 이름을 그 빌어먹을(f**king) 입에 올리지 마!" 라고 두 번이나 외친다.

그 사건 직후 남우주연상 시상 순서가 진행되었고 윌 스미스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윌 스미스는 그 자리에 참석한 배우들과 시상식 관계자들에게는 사과했지만 크리스 락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의 그런 행동은 곧바로 지탄을 받았고 남우주연상을 박탈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윌 스미스가 출연하기로 한 영화도 제작이 중단되었을 정도로 윌 스미스는 엄청난 후폭풍을 겪는 중이다.

크리스 락의 뺨을 갈긴 윌 스미스의 행동이 잘못되긴 했지만 잘못으로 따지면 매우 부적절한 농담을 한 크리스 락도 잘못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윌 스미스가 크리스 락의 뺨을 갈김으로 해서 크리스 락의 잘못은 그 싸대기 한 방과 함께 지워지기라도 한 듯 반응했다. 그리하여 크리스 락은 매우 부적절한 농담을 하고도 대인배가 되었고, 윌 스미스는 사랑하는 아내를 대신해서 과하게 화를 낸 죄로 대역죄인이 되었다. 이러한 여론의 흐름은 눈여겨 볼 만하다.

사건 직후, 대다수의 사람들은 '윌 스미스가 크리스 락의 뺨을 때리는 대신에 자리를 박차고 행사장을 떠났다거나 했다면 칭찬받았을텐데'라는 식의 의견을 냈다. 그 말인 즉슨, 그들이 보기에도 크리스 락의 농담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크리스 락은 뺨을 맞았기 때문에 그 죄는 사하여졌고 윌 스미스 혼자 죄인이 되었다. 이것이 대다수 대중들의 반응이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매우 부적절한 농담'과 '뺨 때리기'. 이번 사건에서 사람들은 '뺨 때리기'가 비교도 못할 만큼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한다. 아카데미 관계자들과 동료 배우들도 윌 스미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뺨을 때리는 행동'은 '폭력'이며 '그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 될 수 없기 때문에' 윌 스미스가 매우 큰 잘못을 했다고 말한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이 정도의 상황에서 둘 중 누가 더 잘못했는가는 그들이 속한 사회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판단에 일관성이 있는가는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 '어떠한 폭력도 용인될 수 없다'는 말은 틀렸다. 이미 폭력은 용인되고 있다. 뺨 한 대를 때린 것을 가지고 이렇게 난리가 나는 사회라면 그보다 더한 폭력은 자취를 감추어야 할 텐데, 사회, 특히나 미국 사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미국 사회가 윌 스미스가 날린 싸대기 한 방에 이토록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 사회가 진짜로 '어떠한 폭력도 용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것도 지구상에서 총기 소지가 가장 자유로운 수준으로 허용되는 나라에서 말이다. 그러니 더 깊숙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봐야 타당하다.

윌 스미스가 이번에 이토록 지탄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미국 사회가 너무 폭력으로 만연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 사건은 크리스 락이 부적절한 농담을 던졌고 그 대가로 뺨을 맞은 사건이었다. 이 모습이 미국 전역으로 송출되었다. 그리고 미국 사회는 부적절한 농담은 이내 잊고 넘겼지만 뺨을 때리는 행동에는 경기를 일으켰다. 크리스 락이 맞을 짓을 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입으로는 그렇게 말을 하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총기 난사 사고가 일어나는 나라에서 그리 큰 상해도 입히지 못한 뺨 한 대가 과연 그렇게나 경기를 일으킬 일이었을까.

물론 윌 스미스가 잘했다는 말은 아니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윌 스미스가 이정도로 지탄을 받는다면 신체적인 상처-그것도 여성의 상처-를 농담의 소재로 삼은 크리스 락도 상당한 지탄을 받아야 맞다는 말이다. 윌 스미스가 커리어에 지장을 받고 있는 만큼 크리스 락도 지장을 받아야 타당해 보이는데, 한 쪽만 지탄을 받는 이 현상은 그다지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크리스 락은 윌 스미스의 아내에게 아직까지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사회적 맥락 상으로도 윌 스미스의 행동 만큼이나 크리스 락의 농담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 우선 이는 인신 공격에 해당한다. 윌 스미스의 아내는 과거에도 본인이 겪는 병으로 인해 본인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얼마나 힘든지를 피력한 바 있다. 게다가 크리스 락이 그 농담을 한 순간 불쾌해하는 윌 스미스의 아내의 모습이 분명하게 카메라에 담겼다. 사람을 소재로 한 농담은 그 사람 역시도 즐거워해야 농담으로 성립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일방적인 공격이 된다. 특히나 피해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모두가 웃게 되는 상황이라면 그 피해자가 받는 상처는 배가 된다. 게다가 크리스 락의 발언은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기도 했다. 요즘 사회에서 문제 삼을 만한 요소들이 충분히 많은 잘못된 농담이었다

크리스 락은 아직까지도 윌 스미스의 아내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중들은 윌 스미스는 지탄하지만 크리스 락에게는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윌 스미스의 싸대기 만큼이나 크리스 락의 부적절한 농담도 전국으로, 전 세계로 송출되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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