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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YOSIGO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

by WritingStudio 202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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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

몇 개월 전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요시고'라는 이름이 자주 들렸다. 어감 때문에 처음에는 일본 사진작가인가 했는데 확인해보니 스페인 사진작가였다. 그가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하였을 때 아버지께서 써준 시 구절에 담긴 'Yo sigo'를 떼어다 스타일링을 하여 'YOSIGO'가 되었다. 뜻은 '계속 나아가다'라고 한다.

 

YOSIGO는 본명이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 에체베리아(Jose Javier Serrano Echeverria)로 바르셀로나 태생 사진작가이다. 그는 2009-2010년 Wired같은 유명 매거진 표지 촬영을 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사진전 이름은 '따뜻한 휴일의 기록'이다. 아마도 현 시국도 참고하면서 지은 이름이 아닌가 싶다. 해외에도 나가지 못하고 휴일이나 휴가에도 활동이 크게 제한이 되는 이 시기에 '따뜻한 휴일의 기록'과 같은 전시 제목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YOSIGO 사진전이 열리는 곳은 서촌에 위치한 그라운드 시소이다. 경복궁 역에서 멀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골목은 아니다. 2021년 6월 23일부터 2021년 12월 5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나는 9월 1일에 다녀왔다.

 

그라운드 시소는 매우 협소한 공간이다. 그 작은 공간을 쪼개고 쪼개서 테마별로 전시관들을 나누었다. 동선을 짜고 전시 거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고민이 많았겠다 싶었다. YOSIGO 사진전에 사람이 너무 많아 복잡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말도 사실이었지만 절대적인 관람객이 많아서라기보다는 공간 문제가 컸다.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였다.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대기는 없었다. 11시에 관람을 시작하여 12시 좀 넘은 시간에 나왔는데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인데도 건물 앞에 대기자들이 많았다.

 

공간이 상당히 협소하다.

YOSIGO 사진전을 둘러보면서 사진 구도들이 상당히 정직하다고 느꼈다. 재미있는 각도보다는 제대로 잡은 각도가 많았다. 높은 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그런 사진들은 망원렌즈도 많이 사용했다.

 

모든 사진 작가들이 그렇듯이 YOSIGO도 빛을 중요시했다. 사진은 결국 빛이다. 색깔도 빛이 만들고 그림자도 빛이 만든다. 대비도 밝기도 모두 빛이 만든다. 그래서 같은 건물도 날씨나 시간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사진찍기에서는 결국 빛이 가장 중요하다

 

 

스냅샷들. YOSIGO가 지닌 특성과 취향이 잘 드러난다.

 

YOSIGO의 사진들은 채도가 상당히 높고(색깔이 진하고) 그림자와 빛의 대비를 표현한 사진들이 많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눈으로 본 색과 그림자를 사진으로 원하는만큼 잡아내기란 상당히 힘들다. 분명 짙은 그림자를 관찰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찍고 보니 그림자가 원하는 만큼 잘 보이지 않거나 그림자가 진하게 나온 경우 원래 대상도 어둡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난점들을 어떻게 다루고 해결해내느냐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짙은 채도

 

빛과 그림자(사진의 일부를 촬영하였다)

 

관람 도중 의외의 장면을 발견하기도 했다. 발견하기 어려운 티도 아니여서 좀 의외기도 했다. 만약 의도된 바라면 그 의도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다.

 

후반작업 중 발생한 실수가 그대로 프린팅이 된 듯했다(사진 우측 중앙).

 

관람객들도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우리가 잊고 살던 색감과 분위기를 담은 사진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사진들이 상당히 대중적이다. 관람을 하다보니 사진에 나온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여행을 다녀왔던 곳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일본에서 찍은 사진들을 전시한 방식이 재밌었다. 다른 전시관들과는 달리 아주 어두운 조명에 백라이트를 은은하게 비추어 교토 밤거리를 표현해내었다. 사진 주제를 잘 살리는 전시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교토 사진들

 

YOSIGO의 개인적인 의미를 담은 영상관에서는 그가 고향인 바르셀로나에 흐르는 강을 따라가면서 찍은 사진들이 소개되었다. Riu Avall(리우 아발)이라는 사진집으로도 출간된 그 사진들은 바르셀로나의 현대화에 공헌하였지만 지금은 방치된 강줄기 주변을 보여주었다. 이 사진들은 YOSIGO하면 떠올리는 사진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듯 보였다.

 

사람들로 가장 붐볐던 사진관은 아무래도 YOSIGO 사진전 마케팅에서도 많이 보여준 해변가 사진들이었다. 해변 사진들은 마지막 전시관이자 건물 가장 윗층에 전시되었다. 사진도 사진이었지만 천장에 장식한 설치물이 볼만했다. 건물로 들어오는 빛과 잘 어우러지는 설치가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천장 장식

 

맨 위층에는 넓은 테라스같은 외부 공간과 연결되었는데 그 외부 공간에 재미있는 전시물이 보였다. 수영을 하는 사진을 물에 담궈놓았는데 그 느낌이 흥미로웠다.

물에 담긴 수영 사진

 

관람을 마치고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YOSIGO 사진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대체로 접근성이 좋은 진하고 분명한 사진들이 많았다. 또한 '똑바로' 찍은 사진이 가진 힘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사진전이었다. YOSIGO 사진은 측면이나 기울어진 구도를 잡은 사진들이 거의 없다. 늘 정면이다. YOSIGO는 인터뷰에서도 밝히든 순수 사진만을 추구한다거나 하진 않는다. 본인도 사진을 찍을 때 상업 용도에 적합한지도 고려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상업 사진에는 아무래도 복잡한 구도보다는 단순하고 힘있는 구도가 더 적합하다. 그런 부분에서는 꽤 공부가 되었던 사진전이었다.

 

또 하나 느낀 점은 프로 사진은 역시 손이 많이 간다는 사실이었다. 나처럼 사진을 취미로라도 찍는 사람들은 안다. 사진을 잘 찍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그 잘 찍은 사진을 살리고 죽이는건 후반 작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진 하나하나를 보면서 '정말 손 많이 간다'는 생각이 연속해서 들었다.

 

YOSIGO는 보통 필름 카메라를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디지털 사진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는데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 필름 사진에 대해서 사람들은 보통 한 가지에 대해 오해를 한다. '필름 사진 = 아날로그 감성 = 저해상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상도로 보자면 필름은 초고해상도이다(해상도로만 따지면 어느 분야에서나 아날로그가 최상이다). 디지털 사진은 픽셀(pixel)이라는 아주 작은 네모칸들로 이루어진다. 그 네모칸이 아주 작아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디지털 사진을 아주 크게 확대해보면 그 네모칸들이 보이다. 필름에는 픽셀이 없다. 그래서 필름 사진이 주는 느낌이 보다 더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필름 사진이 더 자연스러운 이유는 필름 사진이 더 해상도가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보통 디지털 카메라가 더 해상도가 높다고 느끼는 이유는 보통은 디지털 카메라 사진이 더 깔끔해보이기 때문이다.

 

YOSIGO가 필름 사진을 고집하는 이유는 후반 작업과도 연관되지 않았나 싶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편집하는 과정에서는 그가 추구하는 느낌이나 색감이 잘 살지 않기에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것이 아닐까.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니 여러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YOSIGO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은 잠시나마 따뜻하게 휴양을 하는 느낌을 주는 사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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