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inflammation)에 대한 진실과 오해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호흡기 부분이 꽤나 불편했다. 출근길 지하철을 탄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식도에 먼지가 붙은 듯한 느낌 때문에 계속해서 기침이 났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을 마시면 증상이 가라앉곤 했기에 물을 자주 마셨다. 당시 심해졌던 미세먼지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밤이 되면 기침이 더욱 심해졌다. 기침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생겼다.

점심 시간에 점심을 먹고 나면 목에 가래가 생기거나 코가 막히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 역시도 당시에는 미세먼지 때문인가 싶었다. 혹은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어서인가 했다. 물론 그 역시도 원인이었지만 진짜 원인은 아니었다.

몸 상태를 낫게 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왜 더 빨리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증상을 대충 검색해보니 이런저런 병명들이 나오는데 '인후두염'이 가장 내 증세와 비슷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서 기침을 하게 된다든가, 식후에 이런저런 증상이 나타난다든가, 밤에 더 심해진다든가 하는게 딱 내 증세와 비슷했다. 즉, 결국 '염증(inflammation)' 때문이었다.

염증(inflammation)이란?

염증에 대해서는 아직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염증이란 세포가 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증상이라는 사실이다. 즉, 염증은 면역 활동 중 하나인 셈이다. 그렇기에 '염증이 꼭 나쁜 현상만은 아니다'라고 말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논점을 잘못 파악한 경우가 많았다.

염증 반응은 면역 체계상 필요하기는 하다. 다만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발견된 무언가를 치료하기 위한 염증인지, 아니면 염증 반응을 유도할만한 무언가를 섭취해서 생긴 염증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염증을 일으킬만한 음식물을 섭취하여 염증을 유발하는 행위는 불필요한 행위이다.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염증을 두고 '염증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건 어불성설이다. 즉, 일종의 논리적 물타기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우리 몸에서는 필요에 따라 염증이 생기고 치료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일부러 염증을 일으킬 필요는 전혀 없다.

어떤 음식이 염증을 일으키는가?

몸 상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들이 염증을 일으키는지를 알아야 했다. 조사를 진행해보니 내 식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음식들이 쏟아져나왔다.

염증을 일으키는 주요 식품은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 그리고 고기류였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도정된 쌀, 하얀 밀가루 등을 말한다. 하얀 쌀밥과 하얀 밀가루 빵은 몸 속에 들어가면 거의 다 당으로 변한다. 그러니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은 영양성분상으로 거의 같은 셈이다.

고기류의 경우에는 자료 파악하기가 좀 더 어려웠다. 어떤 자료에서는 소세지나 베이컨과 같은 가공육(processed meat)이 염증을 일으킨다고 되어있고, 어떤 자료는 붉은색 고기(red meat)가 염증을 일으킨다고 했다. 뭐가 맞는건가 하면서 자료들을 더 찾아보니 한 가지 특징이 보였다. 어느 자료에서도 가공육'만' 염증을 일으킨다고 말하지 않았다. 또한 어느 자료도 붉은색 고기'만' 염증을 일으킨다고 하지 않았다. 이 경우 정당한 논리값은 '둘 다 염증을 일으킨다'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하얀 고기(white meat)들, 그러니까 닭가슴살 등은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걸까? 조사 결과 닭고기도 역시나 염증을 일으키는 식품이었다. 붉은색 고기보다 그 정도가 덜할 뿐이었다.

내가 즐겨 먹던 음식들을 떠올려보았다. 다행히 밥에는 별 애착이 없는 편이었지만 면은 좋아한다. 또한 모든 고기류를 즐겨 먹었으며 베이컨은 특히 자주 먹었다. 그러니 식사를 할 때마다 몸에 염증이 쌓이는 것이 당연했다.

본 글에서는 간단하게만 썼지만 실제로는 구글 스콜라와 온갖 사이트 등을 뒤지면서 상당히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병원 치료를 받기 전에 2주 정도 개인적으로 찾아낸 자료를 바탕으로 내 몸을 가지고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내 몸을 가지고 한 실험 결과

식단을 채소 중심(plant-based)으로 바꾸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채소류가 무엇이 있나 생각을 해보았다. 두부, 토마토, 파, 양파, 마늘, 애호박, 단호박, 잎사귀류 채소, 김치 등이 떠올랐다. 해산물도 먹어도 되었으니 생각보다 먹을 것은 많았다. 2주 정도는 회사 점심으로도 샐러드를 먹었고 저녁으로도 염증 유발 식품은 배제해보았다.

단 2주 정도였지만 쉽지 않은 시도였다. 특히나 회사 점심시간이 힘들었다. 직장인들이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죄다 염증 유발 식품들이었다. 쌀밥 아니면 고기 아니면 면류였다. 샐러드도 보통 고기와 야채 구성이었다. 염증비유발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자니 돈이 오히려 더 들었다. 구성이 괜찮은 샐러드들은 보통 만 원이 다 넘어갔다. 그래도 일단 2주 정도는 계획대로 밀어붙여보았다.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염증비유발 식단으로 바꾼지 1주일 정도가 지나자 그 전에 겪었던 불편함들이 거의 모두 사라졌다. 식곤증도 덜해졌고 식후에 목이나 코가 불편하지도 않았다. 기침도 거의 사라졌다. 거진 1년 이상 유지되던 증상들이 고작 1주일 정도 식단을 바꾸자 사라졌다. 직접 겪고도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2주를 마치자 그 전보다 몸이 훨씬 더 개운해졌다.

결론

염증은 우리 몸에 필요한 증상이다. 면역 체계가 발동 될 때에도 염증이 일어난다.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염증을 일부러 일으킬 필요는 없다. 상처가 나면 치료를 해야겠지만 치료를 하라고 일부러 몸에 상처를 낼 필요는 없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염증 유발 식품을 섭취하여 몸에 염증을 일으킨다면 이는 만성 질환(chronic disease)가 된다.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은 당뇨병, 알츠하이머, 그리고 암의 원인이 된다. 또한 만성 염증은 노화도 가속화시킨다.

염증과 관련된 자료를 찾으면서 우리가 먹는 식품에 대한 연구량이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다. 코로나-19가 발발한지 1년여만에 mRNA 백신이 개발될 정도로 수준 높은 과학 기술 수준과는 달리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연구된 바가 너무도 적다. 의사들도 환자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는 전혀 모른다. 의과 과정에서 가르치지 않는 내용이기 떄문이다. 그러니 그저 버릇처럼 '술, 담배 하지 마시구요'라고 말할 뿐이다.

아, 웬만하면 채소 중심으로 먹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하면 늘상 '그럼 단백질은 어디서 보충하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최근에는 꽤나 알려진 사실이지만 단백질은 채소류로도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 게다가 요즘에는 채소 기반 단백질 파우더(plant-based protein powder)도 찾기 어렵지 않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남자도 채식주의자이다(링크).

앞서 말했듯 염증에 대한 연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게다가 한국어로 된 전문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식습관으로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편이 좋다는 증거는 계속 쌓이는 중으로 보인다.

혹시나-특히 직장인 중에-나와 같은 증상으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병원치료를 받아도 상태가 그때 잠깐 회복될 뿐 또다시 재발한다면 내가 했던 실험을 스스로도 한 번 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