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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다 잘 된 거야(Tout s'est bien passé) (2021)

by WritingStudio 2022.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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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 잘 된 거야(원제: Tout s'est bien passé ; 영제: Everything Wend Fine)'는 프랑소와 오종(François Ozon)이 감독한 2021년 개봉작이다. 한국에서는 2022년에 개봉했다.

프랑소와 오종은 유명 감독이지만 나는 그가 감독한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인 더 하우스(2012)', '영 앤 뷰티풀(2013)' 정도를 보았을 뿐이다. 독특하고 사회적 문제가 되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지만 연출 형식은 지극히 정통적인 영화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민감한 주제를 보다 더 자세히 보면서도 다각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들이었다. 매력적인 감독이었다.

영화 '다 잘 된 거야' 각본은 엠마뉴엘 베른하임(Emmanuèle Bernheim)이 쓴 2013년 출판작인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하였다. 작가이자 배우인 엠마뉴엘 베른하임은 과거 프랑소와 오종 감독 영화 두 편('스위밍 풀(Swimming Pool)'(2003), '5x2'(2004) 각본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엠마뉴엘 베른하임은 2017년에 사망했다. 사망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21년에 그녀가 쓴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였으니 그녀를 추모하는 의미도 담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가 기반으로 삼은 소설 '다 잘 된 거야(Tout s'est bien passé)'는 자전적이다. 주인공 이름도 저자 이름을 그대로이다. 엠마뉴엘 베른하임의 아버지인 앙드레(André)는 뇌졸중을 겪은 후 신체기능과 사고기능이 전에 비해 현격히 낮아지자 존엄사를 택한다. 물론 가족들은 반대하지만 앙드레는 뇌졸중에서 회복이 되는 와중에도 완강하게 존엄사를 고집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 뜻을 이루어낸다. 이 영화는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 알아볼 때 맨 처음에는 감독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프랑소와 오종 감독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오랜만에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매를 결정지은 인물은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였다. 1980년 개봉작 '라붐(La Boum)'으로 데뷔해 단번에 전설적인 헤드폰 장면을 만들어내어 당시 전 세계인들의 첫사랑이 된 배우가 바로 소피 마르소였다. 소피 마르소가 1966년생이니 당시 만 24살이었다. 그 소녀가 이제 만 55세가 되어 삶과 죽음에 대한 프랑소와 오종 감독 영화에 출연한다니 영화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스크린 속 50대 중반 소피 마르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삶과 세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크레딧에는 소피 마르소 이름이 제일 먼저 뜨지만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존엄사를 시켜달라고 고집하는 앙드레 베른하임을 연기하는 앙드레 뒤솔리에(André Dussollier)다. 이 영화는 앙드레가 관객을 설득하는 영화이다. 영화 속 앙드레는 단호하면서도 유머감각이 넘친다. 미술, 음악, 영화 등 예술에도 애정이 많다. 앙드레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심각한 상황에 빠지지만 점점 회복해나간다. 딸들도 앙드레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을 때 낙심하여 존엄사를 주장했지 상태가 호전되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앙드레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에는 딸들이 자신이 한 선택을 인정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앙드레 뒤솔리에가 펼치는 연기는 가히 감탄스러울 정도이다. 뇌졸중으로 상태가 심각한 환자, 아픈 와중에도 농담을 하여 두 딸들을 웃기는 재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작아지는 모습, 아내를 향한 복잡한 감정, 상태가 좋아질수록 기뻐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고집스럽게 존엄사로 가는 길을 택하는 모습 등 한 사람이 모두 가지기는 불가능해보이는 그 모든 감정을 그는 일관되게 연기해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응급차가 스위스로 가는 도중 멈춰 섰던 휴게소 씬이었다. 응급차로 앙드레를 스위스로 운송하던 구급대원들은 앙드레가 치료를 받으러 스위스로 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앙드레가 가는 길에 그들에게 자신은 존엄사를 위해 스위스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 모양이다. 구급대원 중 한 명은 자신은 종교인이기에 자살을 도울 수 없다며 운전을 거부한다. 앙드레는 다른 한 명에게 운전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 물론 그 구급대원도 운전은 할 수 있었지만 그는 앙드레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앙드레에게 "도대체 왜 죽으려고 하세요? 삶이 좋잖아요"라고 묻는다. 그 구급대원에게 앙드레는 말로 설명하기 전 어떤 표정을 지어보인다. 나는 그 몇 초 되지 않는 장면에서 나타난 표정 연기가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그 표정에는 '젊은이, 나는 삶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되지 못하기에, 그리고 후회없는 삶을 살았기에, 또 이에 더한 어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존엄사를 선택하는 것이네'라는 몇 시간짜리 설명이 담겼다.

영화에서는 앙드레가 그 구급대원에세 무어라 말을 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결말을 보면 앙드레는 그 구급대원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앙드레가 지었던 그 표정은 이 영화 후반부에 매력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나는 설득에 성공하리라 생각했지만-관객들은 저마다 다른 예상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과 마지막 장면 사이에 펼쳐지는 장면을 보면서 결말에 대한 예상을 계속하여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엠마뉴엘 베른하임이 아버지 앙드레를 통해 개인적으로 경험한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존엄사는 현재 여러 나라에서 불법이다. 프랑스에서도 불법이다. 존엄사를 합법화 한 유명한 나라가 스위스이다. 그래서 영화 속 앙드레도 존엄사를 위해 스위스로 향한다. 이렇듯 국가들 사이에서도 존엄사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이는 민감한 문제이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역시나 그 답게 이 민감한 문제를 최대한 담담하게 다루었다. 오종 감독은 이 영화에서 매우 영화적인 상황을 그 특수성은 살리면서도 차분하게 펼쳐놓았다. 영화적 상황들을 마치 현실에서도 저런 일들이 자연스레 일어날 것 같이 연출하였다. 즉, 오종 감독은 관객과 영화 사이를 다른 영화들에 비해 더 가까이 붙여놓았다. 관객이 영화적인 쾌감을 즐기게 하기보다는 영화 속에서 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자극적이지 않았다. 주제 속에 살다 나온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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