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아담(Black Adam)'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극장에서 상영한 그 판본이 마지막 완성본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장면장면 사이에 이음매들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었다. 흐름은 억지스러웠고 대사는 유치했다. 중간중간에 섞어 넣은 유머도 유효하지 않았다. 안 웃긴 사람이 본인이 웃긴 줄 알고 하는 그런 농담들과 재치가 없는 사람이 부리는 듯한 제스처 등은 어색함을 넘어 그나마 유지하던 집중력을 깼다. 영화 스토리상 중심부분을 장식하는 선과 악에 대한 개념도 너무도 고리타분했다. 옛날 만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지만 그래도 2022년에 개봉을 하려면 어느 정도는 그에 맞춰 발전을 시켜야 맞다.
캐스팅은 좋았기에 더 아쉬웠다. 드웨인 존슨은 블랙 아담 역으로 제격이었다. 분노도 정의감도 제대로 표현이 되는 캐스팅이었다. 피어스 브로스넌도 좋은 캐스팅이었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연기한 닥터 페이트(Doctor Fate)는 사실상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어색함이 거의 없는 역이었다. 그 외 배우들도 영화가 원래 표현했어야 하는 바를 고려해본다면 적절한 캐스팅이었고 배우들 자체는 역할과 다 어울렸다.
'블랙 아담'은 어떤 면에서는 영화에서 시나리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영화였다.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들을 캐스팅을 했는데 그 배우들 입에서 나오는 대사들은 캐릭터들을 망쳤으며 서툰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인해 캐릭터들이 하는 행동도 쌩뚱맞게 보였다.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플레이어(Player)의 'Baby Come Back'은 의도와는 다르게 안타깝게 들리기도 했다. '블랙 아담'은 연출 면에서 여러 모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영향을 받은 듯했다. 다만 너무도 어설펐다. 사운드트랙은 잘만 쓰면 영화의 모든 장면을 증폭시켜준다. 하지만 잘못 쓰면 모든 분위기를 죽여버린다. 특히 한 곡을 여러번 쓰려면 그에 꼭 맞는 상황 설정이 필수다. 그런 준비성 없이 같은 곡을 대충 반복해서 쓰는 행위는 영화 감상을 망칠 뿐이다. 유머도 마찬가지다. 재치 넘치는 대사로 관객을 웃기려면 그 한 대사를 위한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대충 웃길 것 같은 대사를 단순하게 끼워넣기만 한다면 관객은 웃는 대신 어이를 잃어버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블랙 아담은 어둡지도 않고 밝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고 스토리가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산만하고 뜬금없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내용면에서 모자람이 크다면 영상 면에서라도 관객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다 어디서 본 듯한 영상 연출이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CG수준도 2022년 수준은 아니었다. 액션 장면도 너무나 평범했다. 볼거리도 딱히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 쿠키 영상에는 그야말로 거물급 캐릭터가 등장한다. 블랙 아담과 어떤 대결을 벌일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영화가 너무나 성의가 없어서인지 기대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화가 났다. 너무 장삿속만 내비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퇴고도 안 한 글이 출판이 된 느낌을 '블랙 아담'으로부터 받았다. 비싼 물건을 받았는데 마감 처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냥 빨리 만들고 치워버릴 마음으로 만든 영화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아무것도 가다듬지 않고 개봉을 해버릴 수는 없다. 너무도 성의가 없는 영화였다.
평점: 2.5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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