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2022)를 본 이유는 범죄도시(2017)를 흥미롭게 봤기 때문이다. 범죄도시는 한국적인 특색을 잘 살린 괜찮은 대중영화였다. 범죄도시는 범죄율이 높은 구역인 대림동을 배경으로 삼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영화적으로 표현한 다음 마동석이라는 이제는 한 장르가 되어버린 배우를 캐스팅하고 '장첸'이라는 존재감이 분명한 악역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 안에 한국 경찰이 속한 현실을 유머를 섞어 풀어냈다. 배우들 간 호흡도 볼만했다. 범죄도시를 보고 나서 딱히 이 영화 속편이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어느 날 범죄도시2광고를 보게 되었다.
예고편을 보니 범죄도시2는 한국이 아닌 필리핀이 시작점이었다. 범죄도시는 그 도시가 한국 도시이기에 한국 관객에게 보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였다. 그렇기에 범죄도시2도 시작은 필리핀이지만 필리핀에서 끝이 날 리는 없었다. 필리핀으로 시작한 영화를 어떻게 한국으로 잘 이어 넘길지도 궁금했다. '장첸'을 뒤이을 악역이 누구일지도 궁금했다. 범죄도시에 나온 장첸 대사 "니 내 누군지 아니? 나 하얼빈 장첸이야"는 범죄도시를 상징하는 대명사이기까지 하다. 아마 범죄도시2 출연 배우를 섭외할 때에도 악역 섭외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쓰지 않았을까 싶다.
범죄도시2 관람 후 느낌은 '만족스럽다'였다. 범죄도시2는 악역, 상황 전개, 배우들 간 팀웍 등에서 범죄도시보다 한 층 나아진 면을 보여줬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는 경각심이나 무서움도 주요 요소이지만 결국은 웃음과 함께 마동석이 악당을 무자비하게 후려 패는 통쾌함을 보여주어야 하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스토리는 최대한 쉽지만 박진감 넘치게 전개시켜야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 영화 특유의 유머를 버무린 후 마지막에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어야 한다. 범죄도시2는 이런 숙제들을 잘 해내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악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가 장첸 못지 않은 악당을 연기해냈다. 인간적인 양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돈만이 목적인 무자비한 사이코패스, 그리고 마동석에게 두들겨맞더라도 끝까지 악한 성질을 버리지 않는 악당이 이 영화에서는 필수적인데 손석구는 이를 매우 잘 소화해내었다. 무게감도 상당했고 말투나 잔혹함도 장첸 못지 않았다. 강해상(손석구)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나오는 악당이 지녀야 할 자격요건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었다.
상황 전개도 괜찮았다. 필리핀에서 벌어진 중심 사건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을 한국 경찰이 처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국제적 수사 협조 요청 환경이 어떤지 등을 지루하지 않게 충분히 피력한 후 장소를 점점 한국으로 옮겨왔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범죄도시에 나왔던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나 장이수를 연기한 배우 박지환은 이번에도 범죄도시2를 만족스러운 영화로 만드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
배우들 간 호흡도 범죄도시 때보다 한 층 더 나아진 느낌이었다. 범죄도시에서는 만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만난지 오래 된 듯 노력하는 관계성이었다면 범죄도시2에서는 한 식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흔히 말하는 '티키타카'가 매우 중요한데 한 층 깊어진 팀웍은 유머와 감동라인 모두를 강화시켜주었다. 특히 영화 초반에 나오는 마석도 형사(마동석)와 전일만 반장(최귀화)이 보여주는 콤비플레이는 영화 시작부를 찰지게 장식했다.
통쾌함도 충분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불가항력한 힘으로 악당을 때려잡는 마동석을 보는 쾌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마동석이 악당을 어떻게,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는지도 중요한 관람 포인트이다. 스토리 성격 상 도망가는 악당을 잡아서 엄청난 타격감을 보여주며 제압한다는 기본 골자는 이미 정해진 상태다. 다만 세부적인 상황설정이나 공간 배경을 어떻게 하냐가 숙제인데, 범죄도시 시리즈가 보여줘야 하는 유머감각과 타격감이 잘 드러나는 상황설정을 해 내었다고 본다. 범죄도시에서는 장첸이 마동석에서 비교적 덜 맞고 잡혔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제작진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범죄도시2에서 손석구는 마동석에게 그야말로 박살이 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영화에서도 대중을 대상으로 삼는 대중영화가 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사실 괜찮은 대중 영화는 영화 매니아를 대상으로 만드는 영화만큼이나 만들기 어렵다. 대중을 끌어모으려면 일단 지루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 요소만 마구 넣어버리면 스토리, 시나리오, 완성도는 산산이 부서진다. 그렇다고 영화적 수준에만 신경을 쓰면 많은 대중들로부터는 외면을 받게 된다. 결국 괜찮은 대중 영화는 영화로서 기본은 갖추면서도 대중적인 요소들을 균형에 맞게 강조해내어야 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한국' 대중 영화는 소재나 주제가 한국적이어야 한다. 한국 대중 영화인데 자꾸 헐리웃 영화처럼 만들려고 하면 한국말 하는 외국 영화같은 어색한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면 그 영화는 굳이 볼 필요가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우호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유도 '한국 대중 영화'답기 때문이다. 범죄도시2도 그 정체성을 잘 지켜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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