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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탑 건: 매버릭 [2022], 톰 크루즈 커리어 최고의 영화

by WritingStudio 202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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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왓챠

탑 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은 제작이 된다는 소문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1986년 개봉작 탑 건이 워낙 흥행작이었기 때문이다. 36년 전에 개봉한 영화인데도 아직도 톰 크루즈(Tom Cruise)하면 탑 건을 대표작으로 뽑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탑 건은 인기작이었다. 그런 영화가 36년만에 후속작을 낸다니 그 자체로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36년은 긴 세월이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톰 크루즈는 이제 예순에 가깝다. 블록버스터 영화 씬도 그 당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몸을 던지는 스턴트나 직접 촬영보다는 주로 CG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영화에 따라서는 CG자체가 감상 포인트가 될 정도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뛰고 구르고 몸을 던지는 배우가 바로 톰 크루즈이다.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를 제작할 때 가장 골칫거리가 톰 크루즈 보험 문제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이다. 그가 한 위험한 연기들을 예시로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일단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2015)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이륙하는 비행기 에 실제로 매달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설마 싶어서 찾아보았더니 정말로 CG가 아닌 실제 상황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런 면에서 매버릭에서는 형편이 좀 나아졌다고 해야할까? 적어도 비행기 밖은 아니니까 말이다.

 

물론 매버릭을 보다 보면 '차라리 일반 비행기 밖에 매달리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제목이 탑 건인 만큼 이번에 톰 크루즈가 타는 비행기는 여객기나 수송기가 아닌 전투기이다. F/A-18은 최고 속도가 마하(Mach) 1.8이다. km로 환산하면 시속 1,915km이다. 일반인이 그냥 탔다가는 몸이 버티지 못하고 기절하기 십상이다. 음속보다 빠르게 비행하는 전투기 안에서 정신을 잃으면 탈출도 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비행이다. 정말이지, 톰 크루즈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할 시도이다.

 

톰 크루즈는 탑 건: 매버릭 공동 제작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본인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직접 전투기를 몰아야 하는 배우 모두를 훈련시켰다. 배우들은 수개월에 걸쳐 강도 높은 중력 버티기 훈련과 비상탈출 시 바다에 떨어졌을 때를 대비한 생존훈련 등을 모두 소화해야 했다. 게다가 전투기에는 촬영팀이 타지 못하니 배우들이 직접 촬영을 해야 했다. 배우들은 촬영감독에게 촬영법을 배워서 음속으로 비행하는 전투기 안에서 전투기 뿐만이 아니라 카메라까지 조종해야 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실제 비행에 참여하는 배우가 한둘이 아니다. 열두 명에 달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그 고생과 노력을 한 이유는 '진짜'를 찍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정도까지 고생하고 노력을 했다면 진짜와 CG는 명백히 다르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줘야 했다. 영화를 보면서 그들이 목표를 제대로 이루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버릭은 모든 면에서 탑 건을 뛰어넘었다. 또한 매버릭은 단순히 흥행을 노리는 영화가 아닌 그 이상을 성취해내었다고 본다. 매버릭이 보여준 비행 연기와 촬영과 사운드메이킹은 앞으로 나올 영화들에게 분명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리라고 본다. 매버릭에 나오는 장면들은 CG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촬영만으로도 매버릭은 충분히 좋은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하지만 매버릭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매버릭은 촬영 외에 이야기 구조와 연기 면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매버릭 시작 장면은 그야말로 탑 건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면 톤 자체도 크리스탈 클리어한 해상도가 아니다. 선명하지만 어딘가 옛스럽다. 장면에 낭만적인 느낌을 더하기에 적당한 화면이다. 그 바로 다음에 톰 크루즈, 매버릭(Maverick)이 등장한다. 나이가 많이 든 모습이지만 여전히 멋지다.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매버릭은 출입 제한 구역 입구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매버릭이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블랙스타 프로젝트 기지이다. 블랙스타 프로젝트는 마하 10으로 날아가는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그들은 마하9까지 달성했지만 마하 10 수준을 원하는 사령관은 프로젝트 중단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매버릭은-모두가 예상했듯-명령을 못 들은 척하고 전투기를 이륙시켜 마하 10을 찍어내고야 만다(참고로 역사상 가장 빠른 유인 전투기는 마하 6.7을 찍은 X-15이다. 이 때 파일럿은 윌리엄 존 "피트" 나이트(William John "Pete" Knight)였다. 매버릭도 본명이 피트 미첼(Pete Mitchell)인데, 여기서 Pete는 마하 6.7을 기록한 그 파일럿 이름에서 따오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마하 10이라는 속도는 아직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SF적인 속도이다).

 

사령관은 명령을 어긴 매버릭을 문책하고 '이제 파일럿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드론이 대신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매버릭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톰 크루즈가 보내 온 연기 인생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며 탑 건: 매버릭이 말하려는 바이기도 하다. 톰 크루즈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찍는 장면들은 현대에 와서는 보통 CG로 진행된다. 어찌보면 톰 크루즈는 구닥다리 방식을 고집스럽게 이어오는 셈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도 톰 크루즈가 펼치는 연기를 보면서 CG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언젠가 CG가 완전히 지배를 하는 세상이 온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아닌 셈이다. 이는 영화 매버릭이 외치는 바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매버릭에 나오는 실사 연기가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느냐하면 전혀 아니다. CG를 최소화한다는 면에서만 올드스쿨이지 CG없이 해내는 연기를 담아내는 기술은 최첨단이다. 즉, 매버릭은 CG로 충분히 되는 장면을 굳이 맨몸으로 직접 해내는 영화가 아니다. CG로 만족스러운 장면이나 느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직접 해낸 것이다. 이런 촬영 방식은 영화 스토리와 계속하여 관계를 이루며 나아간다. 극중에서 임무 수행을 할 전투기로 F/A-18 수퍼 호넷을 고르게 된 이유도 최신식 전투기를 타지 않으려는 고집 때문이 아니다. 작전 환경 상 가장 적합했기에 F/A-18을 고른 것이다. 이 장면에서도 영화는 넌지시 말한다. '최신식이라고, 최첨단이라고 다 되는 게 아니다'라고. 파일럿을 드론이 다 대체한다면 영화에 나오는 임무도 드론 전투기를 보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드론이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

 

과거는 매버릭을 받쳐주는 근간이기도 하지만 극복해야할 대상이기도 하다. 마일즈 텔러(Miles Teller)가 연기한 루스터(Rooster)가 바로 매버릭이 극복해야 할 과거를 의인화한 인물이다. 매버릭은 과거에 자신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구스(Goose)에게 끝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루스터는 구스의 아들이다. 매버릭은 매버릭과 구스가 반목을 넘어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이 관객들에게 시청각적 즐거움과 압도감을 선사한다면 매버릭과 구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은 관객들에게 관찰할만한 스토리라인을 제공한다.

 

매버릭도 과거를 극복하고 받아들여야하는 이 숙제를 혼자서 하지는 못한다. 그 시점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제니퍼 코넬리(Jeniffer Connelly)가 연기하는 페니 벤자민(Penny Benjamin)이다. 86년 탑 건에서 대사로만 잠깐 언급된 인물이 매버릭에서는 매버릭을 심리적으로 도와주는 중요한 조력자이자 연인으로 나타난다. 매버릭에게는 페니도 과거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이다. 영화에서 매버릭은 결국 구스와 화해를 해내면서 과거를 극복해내는데, 평생 숙제였던 과거를 극복해낸 인물에게는 이제 매버릭이라는 별명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그에게도 정착이 필요한 시기가 오고, 그 때 옆자리를 지켜줄 인물이 페니가 될 것이라고 암시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복잡할 것 없는, 흔한 편에 속하는 스토리라인을 불편함이나 지루함 없이 즐기게 해준 것이 톰 크루즈의 연기력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 탑 건: 매버릭에서처럼 톰 크루즈가 영화에 동화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물론 그는 언제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다. 그는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연기도 잘하는 배우이기에 지금과 같은 위치를 차지했고, 이는 인정해야 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는 영화에 자연스럽게 섞이는 편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존재감이 너무 강했고 그 존재감을 그대로, 혹은 더 강력하게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또 흥행에 도움이 되기에 제작진으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나오는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나 잭 리처 시리즈 같은 액션 영화든 제리 맥과이어(1996)매그놀리아(1999), 아이즈 와이드 셧(1999) 같은 드라마성 영화든 오블리비언(2013)이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같은 SF 영화든간에 영화와 톰 크루즈를 따로 보면서 즐겨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비유하자면 마치 톰 크루즈와 영화가 나란히 400m 육상 달리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 탑 건: 매버릭에서는 느낌이 달랐다. 이번에는 그가 영화를 보다 더 중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영화, 탑 건: 매버릭이 톰 크루즈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마 톰 크루즈 본인도 매버릭이 커리어 중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가 아닐까 싶다.

 

탑 건: 매버릭은 불평을 할 여지가 없는 영화였다. 배우들도 제작진도 그야말로 다들 매버릭이 된 듯 최선을 향한 본능을 마음껏 펼쳐낸 영화였다. 그 결과 지금껏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공중 촬영을 해냈고, 엄청난 장면과 함께한 훌륭한 사운드도 사실감과 중압감을 한껏 끌어올려주었다. 적재적소에 옛 탑 건영화에 나온 소품이나 장면들을 배치하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끌어올렸으며 탑 건에 나왔던 배우들의 재출현도 감동을 배가시켰다(특히 실제로 후두암을 앓는 중인 발 킬머(Val Kilmer)가 극중에서도 후두암 말기 환자로 나오는 장면에서는 뭉클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스토리라인도 적절했으며 마무리 과정에서 이루어진 스토리 정리도 담백했다. 구스의 아들로 완벽하게 변신한 마일즈 텔러가 펼친 연기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톰 크루즈가 비로소 영화와 혼연일체가 된 모습은 마음 속에 '드디어'라는 단어를 띄우기에 충분했다. 탑 건: 매버릭탑 건을 훌쩍 뛰어넘음과 동시에 톰 크루즈 커리어 최고작으로 남을 영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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