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Avenger)들 중에서 신체능력 상으로는 가장 평범한 <블랙 위도우>를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나왔다. 그렇기에 영화 스타일도 기존 마블 영화와는 다르다. 아마도 초능력이 나오지 않는 마블 영화는 처음이지 않을까?
마블 영화라고 하면 사람들은 일단 화려한 CG와 액션을 기대한다. <블랙 위도우>를 보러 들어가면서도 '그래도 마블 영화인데 화려한 액션을 즐겨야지'라고 기대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제목이 <블랙 위도우>인데 엄청난 액션씬을 바란다면 솔직히 좀 엉뚱한 기대이기도 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MCU에서 블랙 위도우는 이미 죽었다. 앞으로 나오는 MCU영화에서 블랙 위도우는 회상 장면에만 나올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캐릭터 블랙 위도우만을 위한 추모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평범하다. 어벤저스 시리즈보다 각본과 플롯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썼다고 느끼긴했지만 그건 어벤저스 시리즈가 워낙 각본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로서 갖춰야 할 정도의 각본과 플롯을 갖추었다고 보는 쪽이 맞다. 그리고 진지하다. 마블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캐릭터를 과장하여 표현하기 위한 유머나 상황을 단번에 반전시키는 초월적인 인물의 등장이다. <블랙 위도우>에는 그런 장면이 없다. 마블 영화 기준으로 본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인간적이다. 일단 하늘을 나는 캐릭터조차 없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마음에 들었다. 마블영화 최초로 연기를 감상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전적으로 나타샤(블랙 위도우)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나타샤는 심리상태가 매우 복잡한 인물이다. 아주 비극적인 유년기를 보냈고 거의 평생을 심리전을 벌이며 살아왔다. 어렸을 때에는 비밀단체의 세뇌를 받아 시키는대로 임무를 수행했으며 정신을 차린 후에는 평생 과거를 후회하며 살았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마블 영화를 통해 들은 나타샤의 개인사이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그 개인사가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나타샤의 심리상태가 얼마나 복잡한지, 나타샤는 어떤 사람인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각본에서는 연기력이 필수이다. 2010년에 나온 <아이언맨 2>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스칼렛 요한슨을 메이저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로 기억한다.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적인 모습도 그 기억에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오히려 상업 영화에는 많이 출연하지 않던 배우이다. 아마도 한국에 잘 알려진 영화 중 그녀가 출연한 첫 영화는 2003년작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가 아닐까 싶다. 독특한 분위기로 나름대로 좋은 평을 받은 영화지만 상업 영화와는 거리가 없지 않은 영화다. 개인적으로 스칼렛 요한슨을 인상깊게 본 영화는 우디 앨런 감독의 <매치포인트(Match Point)>(2005)였다. 우디 앨런의 2008년작인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Vicky Cristina Barcelona)>도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에도 나오긴 했지만 그 영화도 놀란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할 만한 <프레스티지(The Prestige)>(2006)였다. <아이언맨 2>를 찍은 뒤에도 그녀는 꾸준히 다양한 영화에서 연기했다.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2013)과 같은 매우 실험적인 영화에도 출연했고 <그녀(She)>(2013)에서는 또다른 연기 모습(정확히 말하면 목소리)을 보여주었다. <아메리칸 셰프(Chef)>같은 가볍고 기분좋은 영화에도 출연하고 <하일, 시저!(Hail, Caesar!)>와 같은 색다른 형식의 영화에도 모습을 보였다. 최근작인 <결혼 이야기(Marrige Story)>(2019)와 <조조 래빗(Jojo Rabbit)>(2019)에서는 역대급이라 불릴만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2020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모두에 후보로 오르는 대단한 일을 이루어났다.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다. 스칼렛 요한슨은 뛰어난 연기력을 탄탄하게 갖춘 전방위적인 여배우이다.
스칼렛 요한슨이었기에 영화 <블랙 위도우>가 가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 위도우>에 나오는 나타샤의 내면을 연기하려면 외형적 매력만으로는 안 된다. 스칼렛 요한슨처럼 연기력이 매우 뛰어나고 탄탄해야 가능한 일이다. 영화 <블랙 위도우>가 진행되면서 나타의 심리 상태도 계속하여 바뀐다. 감정과 기억들이 추가되면서 미묘한 심리적 변화들이 생기며 나타샤를 연기해는 배우는 그 감정연기를 해내어야 하고 스칼렛 요한슨은 그 연기를 매우 잘 해내었다.
스칼렛 요한슨만 눈에 띄는 영화는 아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어린 배우와 역시 탄탄한 경력을 가진 반가운 배우가 출연한다. 어린 나이에 <레이디 맥베스>(2016) 주연을 맡고 <작은 아씨들>(2019)로 대중들에게 소개된 플로렌스 퓨가 나타샤의 동생인 옐레나를 연기한다. 그리고 <미이라>시리즈의 여주인공을 맡고 <콘슨탄틴>(2005)에서 인상적인 1인 2역을 펼쳤으며 이례적인 작품이라 평가받는 <랍스터>(2015) 주연을 맡고 최근에는 <더 페이버릿>(2018)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레이첼 와이즈가 나타샤에게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 레이첼 와이즈, 플로렌스 퓨 이 세 여배우가 이끌어가는 영화이다. 이 세 명의 조합이 묘하게도 새롭게 느껴졌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개인적으로 본 영화 중에서는 이 정도 예산이 들어간 대중영화에서 선정적인 장면 없이 여배우 셋이 연기로 이끌어간 사례가 없었다.
더불어 이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의 고예산 영화 단독 주연 데뷔작이다. 그동안 착실히 좋은 영화들로 탄탄하게 경력을 쌓아 온 스칼렛 요한슨이 고예산 영화에서도 그 결실을 보는 순간이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배우라 이 영화를 보러 입장할 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 위도우>는 마블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배우가 보이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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