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영화 Review

어나더 라운드(2020)

by WritingStudio 2022. 1. 23.
반응형

이 영화 원제는 덴마크어인 Druk이다. 'Druk'은 일부러 만취하려고 엄청나게 술을 마시는 행위를 뜻한다고 한다. 영어 제목인 Another Round는 번역하면 '한 잔 더'라는 뜻이다.

 

술은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 했다. 지금도 함께 하는 중이다. 한국도 전 세계적으로 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나라이지만 덴마크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고등학생들이 맥주 박스를 들고 공원을 돌면서 맥주 빨리 마시기 경주를 할 정도이니 말이다.

 

술과 인간의 관계는 복잡하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그렇다. 하루에 와인 한 잔에서 두 잔 정도는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음주는 인간들 사이의 딱딱함이나 서먹함을 풀어주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대학생들은 신입생 때 대개는 서로 술을 마시며 가까워지곤 한다. 음주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용기가 필요한 행동을 해야 할 순간에서 술에게 도움을 받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종종 나오곤 한다. 하지만 술은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아니, 망가뜨리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나친 음주는 사고력과 언어력과 신체 능력을 모두 떨어뜨린다. 그 결과 잦은 과음은 실수로 이어진다. 필름이 끊겨서 큰 실수를 하고도 기억도 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더 심한 경우인 알콜 중독은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며 가정 폭력으로도 자주 이어진다.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Thomas Vinterberg)는 술과 인간의 이러한 복잡한 관계를 영화로 담아냈다. 출발은 '혈중 알콜 농도를 0.05%로 유지할 수 있다면?'이다. 이 가설에 관심을 갖는 인물들은 고등학교 교사들로 이들은 재미없고 따분한 자신들의 모습을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 그래서 그들은 혈중 알콜 농도를 어느 정도 올려놓은 상태로 수업과 생활을 하는 실험을 감행한다.

 

결과는 놀랍다. 그들은 활기차고 매력적인 교사가 되었다. 이에 흥분한 그들은 실험 강도를 더욱 높인다.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술을 마셔보기로 한 그들은 하루 날을 잡아 그야말로 미친듯이 술을 마신다. 그리고 이로 인해 그들은 각기 다른 결과에 다다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자세히 묘사되는 인물은 주인공인 마르틴(매즈 미켈슨)이다. 음주 실험으로 인해 마르틴은 새 삶을 살게 되는 듯 보이지만 곧 심각한 위기 상태에 빠지고 결국 가정 파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다시 가정을 되찾는다. 결론만 보면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영화를 자세하게 본 사람이라면 이내 한 가지 질문에 빠지게 된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술은 마르틴에게 도움이 된 것인가 해가 된 것인가?

 

어나더 라운드와 같은 영화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점은 자칫하면 음주를 권장하는 영화처럼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화 초반에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이 될수록 그렇게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영화는 술이 좋다 혹은 나쁘다를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말 그대로 술과 인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매즈 미켈슨(Mads Mikkelsen)은 이번 영화에서도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에서는 심심하고 건조하고 고지식한 모습이지만 음주량이 늘어나면서 개방적이고 활기찬 모습에서부터 만취하여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하는 모습까지를 연속적으로 연기해낸다. 수없이 많은 정신상태와 심리상태를 연기해야하는 역할을 그는 훌륭하게 해내며 이는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 높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술은 사회적 주제거리이다. 그리고 복잡한 주제이다. 술을 둘러싸고는 이야기도 많고 사건도 많다. 분명한 사실은 인간 사회에서 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술은 관계가 이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적정한 양의 음주가 제일 바람직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적정한' 음주를 지키는 일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도 모두가 안다. 게다가 음주자 중 일부는 알콜 중독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마시는 술의 양에 비해, 그리고 술자리의 수에 비해 술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관찰은 거의 하지 않는게 사실이다. 어나더 라운드는 그런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술에 대한 영화는 차고 넘친다. 사이드 웨이 같은 영화는 술을 낭만적으로 다룬다. 반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같은 영화에서 술은 비참한 인간의 상징이다. 하지만 어나더 라운드처럼 술과 인간과의 관계성에 대해서 깊게 관심을 갖고 만들어낸 영화는 보지 못했다. 덴마크 사람들이 얼마나 술을 많이 마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도 필요한 영화임이 분명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