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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2021] 리뷰 및 후기

by WritingStudio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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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는 뮤지컬이 원작이다. 뉴욕의 북서부(Upper West)가 배경이며 모티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ilet)에서 따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서로 앙숙인 두 귀족 가문이 나오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젯츠(Jets)와 샤크스(Sharks)라는 서로 앙숙인 밑바닥 갱(gang) 둘이 나온다. 밑바닥 백인들로 이루어진 젯츠의 일원인 토니(Tony)와 뉴욕으로 이민을 와 고생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는 푸에르토 리코 출신들로 이루어진 샤크스의 리더인 베르나르도(Bernardo)의 여동생인 마리아(Maria)가 서로 첫 눈에 반하게 된다. 그 와중에 젯츠와 샤크스는 결전을 벌이게 되고 토니는 그 싸움을 말려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 과정에서 베르나르도가 토니의 친구인 리프(Riff)를 죽이게 되고 순간 감정이 격해진 토니는 베르나르도를 죽인다. 토니는 마리아에게 가서 자신이 마리아의 오빠를 죽였음을 자백하고는 경찰에 자수하려 하지만 여전히 토니를 사랑하는 마리아는 토니를 말린다. 그 둘은 멀리 도망치기로 하고 토니는 약속된 장소로 가 몸을 숨기고는 마리아를 기다린다. 후에 그 장소로 베르나르도의 연인인 아니타(Anita)가 마리아가 부탁한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찾아간다. 그 장소에는 젯츠 일당으로 가득했고 그 일당들은 아니타를 희롱한다. 가게 주인인 닥(Doc)이 젯츠들을 꾸짖으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되었지만 아니타는 분노했고 원래 전하려던 메세지 대신 '(마리아의 정혼자 후보였던) 치노(Chino)가 홧김에 마리아를 총으로 쏴 죽였다'고 말하고는 떠난다. 이 소식을 들은 토니는 충격에 빠지고 이성을 잃은 채 거리로 뛰어나와 큰 소리를 지르며 치노를 찾는다. 그런 토니의 시야에 자신을 향해 웃으며 달려오는 마리아가 보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치노가 토니를 발견하게 되고, 베르나르도의 죽음으로 인한 분노와 마리아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슬픔을 동시에 느끼던 치노는 토니를 보자마자 총으로 쏴 죽인다. 눈 앞에서 토니가 죽는 모습을 본 마리아는 깊은 슬픔에 빠지며 그런 토니와 마리아를 보고 젯츠와 샤크스 일당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곧 경찰차가 다가오고 경찰들이 치노를 체포한다. 젯츠와 샤크스 일당은 토니의 시체를 같이 들어 운반하며 그 뒤를 마리아가 따른다.

 

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삼아 1961년에 로버트 와이즈(Roert Wise)가 감독한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개봉했다. 1961년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관왕을 차지하면서 영원히 남을 명작 목록에 추가되었다.

 

2021년에는 이번에는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감독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개봉했다. 1961년 영화의 리메이크작인 셈이다. 워낙 명작을 리메이크하는 작업이라 개봉 소식을 듣고 우려되기도 했다. 게다가 스필버그 감독은 뮤지컬 영화는 감독을 해 본 적이 없다. 첫 뮤지컬 영화로 고른 작품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라니, 아무리 스필버그라도 부담이 큰 선택이다.

 

한국에서는 2022년도에 늦게 개봉했기에 이 영화에 대한 해외 관람평을 미리 살펴 볼 시간이 충분했다. 호평 일색이었다. 기대보다도 더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평론이 우세했다. 개봉일인 1월 13일에 관람했다.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2021년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1년판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1961년판은 지금 보아도 명작이다. 화면 색감이 옛스럽고 사운드 기술이 지금같지 않았을 뿐이지 몰입하여 보기에는 지금도 모자람이 없다. 카메라 움직임도 훌륭하며 배우들의 연기와 춤 역시 뛰어나다.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이정도면 충분하다 싶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리메이크를 하고 싶은 욕심이 들 만하다. 2020년대의 카메라 성능, 편집 기술, 음향 기술, 녹음 기술 등은 1961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발달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 기술들을 총동원하여 이 명작을 현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워낙 명작으로 인정받은 작품이다보니 함부로 손을 대기도 무서운 영화이다. 빈 틈이 조금만 보여도 가차없는 비판이 날아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는 이 영화를 리메이크할 동기와 능력이 충분했다. 그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음반을 듣고 자랐으며 그의 자녀들에게도 그 음반을 들려줄 정도로 그는 원작을 사랑한다. 인터뷰에서도 스필버그 감독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자신에게 준 영향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한다. 그의 첫 뮤지컬 영화이니 순탄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결국에는 이 명작을 훌륭하게 리메이크 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원작에 대한 진정성과 애정이었을 것이다.

 

우선 스필버그의 2021년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촬영과 음향 면에서 61년작을 성공적으로 현대화시켰다. 앞서 말했듯 61년작도 촬영이 매우 훌륭하다. 배우들의 역동적인 춤을 최대한 다이나믹하게 촬영하려고 노력하였고 해내었다. 당시에는 그 촬영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61년작을 다시 보면 '아, 어쩔 수 없는 기술적 한계는 있었구나' 싶다. 그 때와 지금은 촬영 장비와 기술 자체가 너무도 다르다. 한 테이크를 끌고 가는 데에 사용되는 기술도 그 때와 지금은 너무도 차이가 난다. 2021년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 기술을 아낌없이 사용하였다. 춤과 동선을 촬영하는 각도가 훨씬 더 다양해졌고 뮤지컬의 다이나믹함을 보다 더 사실적으로 잡아내었다. 음향 면에서도 일체감이 훨씬 향상되었다. 이 모든 기술적 향상이 61년작에 대한 존중 속에서 이루어졌다. 2021년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이다.

 

61년작에 비해 시대현실상도 좀 더 가미되었다. 우선 도입부가 다르다. 61년작은 뉴욕 동부에서 북서부로 비행하면서 뉴욕을 내려다보는 듯한 장면으로 시작하여 영화의 주무대인 뉴욕의 북서부(Upper West Side)로 다가가면서 줌인이 되면서 인물들이 하나하나 소개되고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2021년판은 다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속 두 패거리(gang)들인 젯츠(Jets)와 샤크스(Sharks)가 놓고 다투는 지역(San Juan Hill) 자체가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가는 장면을 클로즈업 하면서 시작된다(게다가 재개발 후 그 곳에 들어올 건물은 바로 후에 뉴욕의 문화적 상징 중 하나가 되는 링컨 센터(Lincoln Center)다). 젯츠와 샤크스가 처한 현실에 대한 묘사도 원작보다 더 사실적이다. 2021년작은 어떤 사회/경제적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보다 가까이에서 다룬다. 또한 스페인어도 61년작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캐스팅 상의 인종적 사실성에 훨씬 더 신경을 썼다. 61년작이 러브스토리에 중점적으로 무게를 실었다면 스필버그 감독은 러브스토리의 무게는 유지하면서 그 러브스토리를 감싸는 현실을 묘사하는 작업에 보다 더 큰 신경을 썼다.

 

61년작과의 관계도 영화적으로 표현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줄거리에서 중요한 장소 중 하나가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른 토니(안셀 엘고트)가 피신하는 가게이다. 61년작에서는 이 가게 주인이 닥(Doc)이다. 스필버그판 2021년작에서는 이 가게 주인이 닥의 미망인으로 묘사되는 발렌티나(Valtentina)이다. 이 발렌티나 역을 맡은 배우가 리타 모레노(Rita Moreno)인데, 리타 모레노는 바로 61년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아니타(Anita)를 연기한 배우이다. 61년작에서 아니타를 연기했던 배우를 2021년작에서 토니를 돕는 가게 주인 역을 맡기는 식으로 스필버그 감독은 2021년작과 61년작 사이에 흐른 시간과 그 두 작품간의 관계를 영화적으로 표현하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장편 영화가 개봉한 년도가 1964년이니 장편 영화 경력만 해도 거의 60년이다. 그 60여년동안 스필버그는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찍으며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죠스(1975),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1981, 1984, 1989, 2008), E.T(1982), 쥬라기 공원(1993), 쉰들러 리스트(1993),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A.I(2001),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터미널(2004), 링컨(2012), 스파이 브릿지(2015), 더 포스트(2017), 레디 플레이어 원(2018) 등등 호평받은 주요 작품들만 나열해도 그 목록이 매우 길다. 정말 쉴 새 없이 영화 작업을 한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그 영화 작업 중 뮤지컬 영화는 없었는데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스필버그 감독은 뮤지컬 영화 장르에도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2022년 말엽에도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한 편이 개봉 예정이다. 스필버그의 유년기를 묘사한 영화라고 한다. 이미 10대 초반부터 단편 영화를 찍었던 스필버그이니만큼 그의 유년기도 영화와 밀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평생이 영화이며 영화가 인생 그 자체인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이다. 그렇기에 60년을 활동하고도 뮤지컬 영화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스티븐 스필버그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는 감독이다.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보면서도 다시 한 번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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