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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영화다각형 10] 조커(Joker) (2019)

by WritingStudio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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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2019) 포스터

훌륭한 배우가 위험에 처한 영화를 살려내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이미 그 자체로도 괜찮은 영화가 주연 배우 한 명으로 인해 그 수준이 폭증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억이 나는 과거 사례는 다니엘 데이-루이스(Daniel Day-Lewis)가 주연을 맡은 <나의 왼발(My Left Foot)>(1989) 정도이다. <나의 왼발>은 주연배우가 최고 수준으로 펼치는 연기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하는건지 극중 캐릭터가 실제로 이 세상에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이다. 이 영화는 1990년에 다니엘 데이-루이스에게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참고로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그 후에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다섯 번을 더 오르며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두 차례 더 받는다. 그리고 2018년에 <팬텀 쓰레드(Phantom Thread)>를 찍으면서 그는 연기자로서 은퇴를 선언한다.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이 영화로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다니엘 데이-루이스가 연기자로서 은퇴를 한다는 소식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슬픈 소식이었다. 혹시나 은퇴 번복을 하지는 않았나 하고 인터넷을 습관처럼 뒤졌을 정도였다. 그러던 와중에 영화 <조커>가 2019년에 개봉했다. 마치 호아킨 피닉스(Joakin Pheonix)가 ‘너무 슬퍼하지 마. 아직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선물같은 영화였다.

호아킨 피닉스를 천재라고 여기도록 만든 첫 영화는 2012년 개봉작 <마스터(Master)>였다. PTA로 불리는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이 감독한 이 영화는 PTA가 지닌 특징인 초현실적인 색감과 각본에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Philip Seymour Hoffman)과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합쳐져 엄청난 시너지를 냈던 영화이다. 영화적인 연출과 각본에 영화 그 자체인 연기가 합쳐진 영화였다.

생각해보니 2012년 이후 호아킨 피닉스를 잠시 잊고 지냈다. 물론 그는 <마스터>와 <조커>사이에도 여러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다. 내가 놓친 영화들이 많았을 뿐이다. 놓치지 않은 영화들에서도 그는 좋은 연기를 선사했지만 보고 나면 늘 <마스터>가 생각났다(개인적으로는 <You Were Never Really Here>(2017)를 아직 보지 못해 안타깝다).

<조커>는 기념비적인 영화다. 주연 배우가 펼치는 연기가 완벽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이상의 ‘조커’는 없다. 다른 방식으로 조커를 재해석하는 일이야 가능하겠지만 호아킨 피닉스를 뛰어넘는 조커 연기는 불가능하다. 캐릭터 연기에 한해서는 다니엘 데이-루이스도 이 정도 수준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조커>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보여준 연기는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2002)에서 다니엘 데이-루이스가 보여준 빌 ‘더 버처’ 커팅(Bill “The Butcher” Cutting) 연기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엄청난 연기였다.

너무 호아킨 피닉스 얘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영화의 정중앙에는 연기가 자리한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뛰어나다. 분장과 화면 색감도 영화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촬영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조커>에서 조커가 긴 계단을 춤을 추며 내려오는 그 장면은 앞으로 수없이 다시 재생되리라고 본다. 그 외에 스탠드업 코메디 씬이나 마지막 장면 등도 명장면이었다. <조커>는 무엇에 집중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판단하고 그곳에 모든 영화적 역량을 정확히 집중시켰다.

좋은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영화가 다음 아카데미 시상식 어느어느 부문에 후보로 오를지 예상을 해본다. 대부분은 예상일 뿐이다. <조커>를 봤을 때에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남우주연상은 이미 끝났구나.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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