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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영화다각형 9] 언컷 젬스(Uncut Gems) (2019)

by WritingStudio 2021.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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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컷 젬스(2019)

이 영화 포스터에 나온 찍힌 인물이 아담 샌들러(Adam Sandler)인 줄 몰랐다. 살이 쪽 빠져 푹 패인 볼살, 손가락이며 손목에 찬 장신구 그리고 거칠게 넘긴 머리 등을 보고 '아, 아담 샌들러구나'라고 알아차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담 샌들러는 <언컷 젬스>에서 외형 뿐만이 아니라 연기 면에서도 기존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감독한 2002년작 <펀치-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와도 다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영화 자료를 찾아보고나서야 주인공이 아담 샌들러임을 알았다.

아담 샌들러가 연기하는 주인공 하워드 래트너(Howard Ratner)는 뉴욕 다이아몬드 거래 구역에서 KMH라는 가게를 운영하다. 그 바닥에서는 꽤나 잔뼈가 굵고 이름 좀 날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빚이 많다. 사채업자인 처남 아르노(Arno)에게 진 빚이다. 돈 앞에서는 친척이고 뭐고 없다. 아르노 밑에서 일하는 필(Phil)과 니코(Nico)는 돈을 갚지 않는 하워드를 틈만나면 괴롭힌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딸 학예회 날에도 돈을 갚으라며 발가벗겨서는 차 트렁크에 집어 던진다. 미쳐버릴 삶이다.

빚은 하워드를 힘들게 만든 여러 요소중 하나일 뿐이다. 하워드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 일단 도박 중독자이다. 아르노에게 진 빚도 도박 빚이다. 아내와도 별거중이다. 아직 이혼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이미 이혼을 하기로 서로 얘기를 마쳤다. 하워드는 KMH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줄리아(Julia)와 딴 집에서 산다. 꽤나 좋은 집이다. 다이아몬드 거래 구역에서 잔뼈가 굵으니 도박만 아니었으면 돈 깨나 벌었을 법하다.

하워드는 스포츠 도박 중독자다. 빚을 진 상태에서 또 도박을 건다. 그리고 드디어 도박에서 이긴다. 이제 아르노에게 진 빚도 값고 아내와 이혼하고 여자친구와 좋은 집에서 잘 지낼 일만 남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자기 돈은 안 갚고 또 도박을 한 것을 알아챈 아르노가 도박중개사를 찾아가서 베팅을 취소시켜버렸다. 미쳐버릴 일이다.

그런 하워드에게 한 줄기 희망은 아프리카에서 밀수한 보석인 오팔(Opal)이다. 그야말로 '언컷 젬스'인 이 오팔 영상을 우연히 본 하워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오팔을 밀수하는 데에 성공한다. 적어도 백만 달러는 될 법한 오팔이다. 이걸 경매에서 팔기만 하면 하워드는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되는 일이 없는 하워드이니 경매도 순탄하게 진행될 리 없다. 어느날 가게로 NBA 스타인 케빈 가넷(Kevin Garnett a.k.a 'KG')가 방문한다. 엄청나게 유명한 NBA 선수는 엄청나게 연봉이 높다. 하워드는 KG에게 가게 자랑을 하려고 밀수한 오팔을 보여준다. KG는 그 오팔에 빠져들고 자기한테 팔라고 말하지만 하워드는 팔 생각이 없다. KG는 그 오팔을 간직하면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리라 믿는다. 그래서 하워드에게 그 오팔을 빌려달라고 말한다. 하워드는 어쩔 수 없이 KG에게 그 오팔을 빌려준다.

하워드는 유명가수 위켄드(Weekend)의 공연에서 오팔을 돌려받기로 하고 공연장에 찾아가지만 오팔은커녕 그곳에서 여자친구의 외도행위를 목격하게 되고 망신만 당한다. 홧김에 여자친구에게도 헤어지자 말해버리고 빈손으로 공연장에서 쫓겨나가다시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자친구와는 다시 화해하게 된다.

하워드는 우여곡절 끝에 오팔을 돌려받고 오팔을 경매에 올린다. 여전히 오팔을 갖고 싶은 KG는 경매에 참가한다. 그런데 예상 경매가가 하워드가 예상한 백만 달러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급해진 하워드는 아직 이혼 전인 아내의 아버지, 즉 장인을 설득하여 KG와 경쟁하게 만든다. 경매가를 올리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KG는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고 하워드의 장인은 졸지에 오팔을 사게 되어 노발대발한다. 절망적이다.

다행히 KG는 오팔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워드의 가게로 찾아와 오팔을 산다. 이제 하워드에게는 모든 것을 정리할 돈 정도는 생겼다. 그러나 순순히 빚을 갚으면 하워드가 아니다. 하워드는 오팔 대금을 받자마자 여자친구인 줄리아를 시켜 돈가방을 주고 라스베가스 도박장에 가서 케빈 가넷이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해야만 이기게 되는 확률이 극히 낮은 베팅에 전부를 걸라고 시킨다. 줄리아는 충실하게 그 부탁을 이행한다. 이 사실을 안 아르노 일당은 화가 치밀어오른다. 그들은 하워드를 죽여버릴 기세로 가게로 쳐들어오지만 가게의 보안 문 사이에 갇혀버린다. 경기가 시작된다. 이제 다들 경기를 지켜보는 수밖에는 없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하워드가 도박에서 이길 조건들이 하나씩 성립되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하워드는 그 도박에서 이긴다. 이제 하워드는 획득한 엄청난 돈의 일부를 빚을 갚는 데에 쓰고 아내와 이혼하고 여자친구과 행복하게 살면서 가게를 운영하기만 하면 된다. 하워드가 기뻐하면서 가게의 보안 문을 열어주자, 분노조절장애인 필이 느닷없이 하워드를 총으로 쏴서 죽여버린다. 하워드의 처남인 아르노는 의외의 놀라서 도망치려하지만 필은 아르노도 총으로 쏴서 죽여버린다. 하워드의 여자친구는 라스베가스에서 도박 상금을 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미친듯한 속도감과 정신을 잃을 정도로 복잡한 상황설정이다. 영화 내내 대사와 사건이 끊이지를 않는다. 까닥 잘못하면 어지럽고 지저분해지기 십상이지만 <언컷 젬스>는 그 가운데에서도 영화적 탄탄함을 잃지 않는다. 아담 샌들러의 연기와 연출 때문이다. <펀치-드렁크 러브>를 봤을 때에도 아담 샌들러가 이렇게 연기를 잘 했었나 싶었지만 <언컷 젬스>는 또 차원이 다르다. 하워드는 도박중독에 분노조절장애 측면도 가졌으며 개인적인 가족사나 연애사나 경제적인 사정 등 모든 면에서 미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극적인 상황들을 겪어나간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하고 필사적으로 살 길을 마련하려 한다. 이 복잡한 캐릭터인 하워드를 아담 샌들러는 훌륭하게 연기해낸다. 아주 독특하고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연기해낸 아담 샌들러의 연기는 그야말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각본 역시 뛰어나고 그 각본을 연출해내고 촬영해내는 방식도 뛰어나다. 영화를 집중해서 보다 보면 관객은 본인도 미쳐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쉴새없이 날아드는 대사와 사건과 사고들로 인해 짜증 비슷한 느낌이 치밀어오를 정도이다. 각본, 연출, 촬영 등에서 무엇 하나만 중심에서 벗어난다면 당장 꺼버리고 싶은 영화다. 그만큼 이 영화가 보여주는 광기와 답이 없는 현실과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사건전개속도는 사실적이다. 그럼에도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언 컷 젬스>는 이 모든 불편함을 영화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제서야 '내가 뭘 본 건가?'하는 생각과 함께 이 영화보다는 정상적인 내 삶에 무의식적으로 감사하게 된다. 두 번 다시 보기는 두려운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좋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편인 사람들도 이 영화만큼은 바로 다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이 영화에 다시 끌린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영화이다. 그리고 중독될만한 가치도 충분하다.

넷플릭스 사용자라면 이 영화는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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