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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영화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2021) 리뷰

by WritingStudio 202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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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제목: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개봉: 2021년
길이: 2시간 6분

감독: 제인 캄피온(Jane Campion)
각본: 제인 캄피온
토마스 새비지(Thomas Savage)[소설 원작자]

주요 캐스트(Cast)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 - 필 버뱅크(Phil Burbank)
제세 플리몬스(Jesse Plemons) - 조지 버뱅크(George Burbank)
코디 스밋-맥피(Kodi Smit-McPhee) - 피터 고든(Peter Gordon)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 - 로즈 고든(Rose Gordon)


When my father passed,
I wanted nothing more than my mother's happiness.
For what kind of man would I be if I did not help my mother?
If I did not save her?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나는 단지 어머니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내가 어머니를 돕지 않았다면 나는 사내도 아니다.
나는 어머니를 구해줘야만 했다.


영화는 피터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영상이 나오기도 전이므로 관객은 저 말을 누가 하는지, 저 말 안에 무슨 사연이 담겼는지도 모른다.

피터의 나레이션은 이 영화의 줄거리를 그대로 말해준다. <파워 오브 도그>는 피터가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어머니를 구해내는 내용이다. 그것도 도저히 벗어나기 힘든 장악력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필 버뱅크와 조지 버뱅크는 목장 일로 성공한 형제이다. 이들은 소떼를 끌고 먼 길을 떠난다. 가는 도중 하루 숙식을 해결할 곳을 찾는데 그곳은 로즈 고든과 피터 고든이 일하는 곳이다. 피터 고든은 흔히 말하는 남자다움과는 거리가 먼 소년이다. 삶 자체가 마초적인 필 버뱅크가 보기에는 그런 피터가 못마땅하다. 필은 피터에게 수모를 안겨주고 그 모습을 본 피터의 어머니 로즈는 흐느껴 운다. 필의 동생인 조지는 필과는 성격이 정 반대이다. 조용하고 신사적이다. 그런 조지는 로즈를 위로한다. 그리고 조지는 로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즈와 결혼을 한다.

결혼 후에도 필은 집요하게 로즈를 괴롭힌다. 로즈의 스트레스는 커져만 가고 그 스트레스 때문에 알콜 중독 상태로 빠져든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피터는 괴롭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는 우연히 필의 비밀을 알게 된다. 늘 남자다움을 강조하면서 마초적인 모습을 뽐내던 필은 사실은 동성애자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피터가 남자답지 못하고 연약하다면서 면박을 주던 필은 어느 순간부턴가 피터에게 호감을 보인다. 말을 타는 법도 가르쳐주고 가죽으로 끈을 꼬는 법도 가르쳐주고 필을 데리고 둘이서 멀리 산책을 가기도 한다. 피터도 이런 필의 접근을 뿌리치지 않는다.

어느 날, 필이 피터에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가죽 끈을 꼬는 데 필요한 소가죽이 모두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에 대노한 필에게 피터는 자신이 가죽 끈을 완성할 소가죽을 가졌다며 필에게 그것을 쓰라고 말하고 필은 이에 크게 감동한다.

피터가 준 가죽으로 가죽 끈을 꼬던 필은 며칠도 못 가 죽게 된다. 평소에 너무도 건강하던 피터가 갑자기 시름시름 앓다가 무서운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하자 모두가 원인을 알지 못한다. 의사는 동생 조지에게 증상을 보았을 때 '탄저균'이 사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준다. 조지는 의사에게 '형은 평생 죽은 동물을 만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피터가 필에게 준 가죽은 피터가 사람들 몰래 말을 타고 멀리 가서 탄저병으로 죽은 소에게서 벗겨낸 가죽이었다. 필이 가죽 끈을 꼬는 취미를 가졌음을 알아챈 피터는 탄저균에 감염된 소가죽을 밀봉하여 간직하다가 필에게 건낸 것이었다.

필이 죽자 피터의 어머니 로즈에게 비로소 행복이 찾아왔다. 즉, 이 영화는 피터가 필이 형성하는 '개의 힘(The Power of The Dog)'으로부터 어머니를 구해내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피터는 구약성경 시편(Psalm)의 한 구절을 읽는다.

Deliver my soul from the sword; my darling from the power of the dog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으로부터 구하소서

컴버배치가 보여주는 놀라운 연기력

<파워 오브 도그>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보여주는 연기는 놀라운 수준이다. 물론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미 여러 영화에서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이다. 대중들에게는 닥터 스트레인지로 유명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미테이션 게임>이나 <1917> 등에서의 그의 연기도 기억할 것이다.

<파워 오브 도그>에서 보여준 컴버배치의 연기는 아주 새롭고도 뛰어나다. 내면적인 은밀한 비밀을 가졌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목장의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그 누구도 자신에게 반기를 들지 못하게 하는 이런 악역은 그가 맡은 적이 없는 배역이다. 이 영화의 생명은 제목에서 말하는 '파워 오브 도그'로 인한 긴장감이며 그 긴장감은 오롯이 컴버배치의 연기력을 통해 형성된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도 컴버배치가 좋은 배우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이토록 영화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배우인지는 몰랐었다. 아마 컴버배치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이 영화는 연기 면에서는 그의 인생작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서 그는 여러 모습을 연기한다. 전면에 보이는 모습은 상남자스로운 카리스마로 모두의 복종을 얻어내는 '개의 힘'을 가진 모습이지만 그가 그만의 비밀 공간에서 남들에게는 숨겨야만 하는 은밀한 내면을 즐기는 모습에서는 느낌이 180도로 확 바뀐다. 동생인 조지를 대할 때는 또 모습이 미묘하게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레 피터에게 접근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모든 모습을 모두 지닌 인물이 필 버뱅크이기에 필은 연기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캐릭터이다. 이런 캐릭터를 컴버배치는 완벽하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소화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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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캄피온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이 영화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감독의 연출력이다.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재미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너무도 함축적이고 암시적인 나레이션이 나온 후에 느닷없이 목장을 운영하는 형제(필과 조지)가 나온다. 그리고는 그 형제들이 소떼를 끌고 먼 길을 떠난다. 나레이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필과 조지가 로즈와 피터가 일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도 관객들은 영화 시작부에 나레이션을 한 인물이 피터인지 아닌지 아리송하다. 무엇 하나 분명하지가 않다.

중반부에 들어가서도 상황들은 다소 모호하다. 필이 로즈와 피터를 못마땅해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대체 어디로 흘러갈지 모호하다. 왜냐하면 중반부까지도 로즈와 피터 둘 모두 이렇다할 복수를 할 능력을 갖춘 인물들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도 이 영화는 필이 로즈와 피터를 괴롭히는 영화 정도로만 보인다.

중후반에 나오는 필의 은밀한 정체성을 피터가 알게 되는 그 장면은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다. 그 후부터 필이 피터에게 접근을 하는데, 필을 대하는 피터의 모습은 복수를 꾀하는 모습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말로 필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 보이기도 한다. 관객들이 헷갈려할 만 할 때에 감독은 또 하나의 중요한 장면을 집어넣는다. 필에게서 승마를 배운 피터는 혼자서 말을 끌고 먼 길을 가서 탄저병으로 죽은 소의 가죽을 채취해낸다. 무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피터가 뭔가를 계획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감독이 왜 이렇게 연출을 했는지가 이해가 되며 그 연출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술술 풀어버리기에는 전혀 적당치가 않다. 복수의 방식이 매우 은밀하고 교묘하며 섬세하기 때문이다.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당하는 줄도 모르고, 모든 상황을 자신의 영향력 하에 두고 있다고 확신하는 상태에서 복수를 당하는 영화가 <파워 오브 도그>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연출도 은밀하고 교모하며 섬세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영화를 놓아버리지는 않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감독은 영화 이곳저곳에 은밀한 장치들을 설치했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수준으로.

제인 캄피온 감독은 이 전에도 1993년 개봉작 <피아노(The Piano)>에서 뛰어난 연출력과 각본을 선사한 바 있다. <피아노>는 1994년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과 함께 각본상을 받았으며 그 때도 각본을 감독인 제인 캄피온이 썼다. 또한 <피아노>는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피아노>후로는 제인 캄피온은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아마 <파워 오브 도그>로 인해 캄피온 감독은 다시 한 번 집중 주목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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