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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Review - <프렌치 디스패치(French Dispatch)> (2021) 리뷰

by WritingStudio 202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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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디스패치(French Dispatch)>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 감독한 2021년 개봉영화다. 이 영화의 전체 제목은 <French Dispatch of The Liberty, Kansas Evening Sun>이다. 번역하자면 <리버티 시 캔자스 이브닝 썬 지의 프랑스 발간지> 정도가 된다. 참고로 '디스패치(dispatch)'는 '특파원 등으로 파견된 기자 등이 본사에 보내는 보고서(report)' 라는 뜻이다. 즉 '디스패치(dispatch)'자체가 '문서'라는 뜻을 가진다. 그러므로 본 영화 제목인 '프랜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는 '캔자스 이브닝 썬'지에 속해있지만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프랑스 도시 소식을 매주 캔자스로 보내는 주간지'를 뜻한다.

리버티(Liberty)는 캔자스 주에 소재한 실제 도시명이다. 그리고 '캔자스 모닝 썬(Kansas Morning Sun)'이라는 신문도 실제로 운영중이다. 다만 영화에서는 이를 살짝 비틀어 '캔자스 이브닝 썬(Kansas Evening Sun)'으로 바꾸었다.

캔자스 이브닝 썬 지의 사장 아들인 아서 하윗저 주니어(Arthur Howitzer, Jr.; 빌 머레이(Bill Murray) 역)는 가상 프랑스 도시인 앙뉘-수-블라세(Ennui-sur-Blasé)에서 주간지 발간을 시작한다. 이 주간지 이름은 처음에는 '피크닉(Picnic)'이었으나 후에 '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로 바뀐다. 아서 하윗저 주니어는 주간지 발간 이래로 계속 앙뉘에 머물면서 수십년동안 주간지를 발간한다. 그리고 아서 하윗저 주니어 주변에는 그야말로 특이하면서도 철저한 기자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해있다.

그러던 어느날, 아서 하윗저 주니어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죽는다. 그는 생전에 미리 써 둔 유서에 자신이 죽을 경우에는 회사 문을 닫고 주간지도 폐간하라고 적었다. 이에 '프랜치 디스패치'에는 이제 딱 한 권, 마지막 발행본만이 남게 되었다.

영화 <프랜치 디스패치>는 바로 그 마지막 발행본의 내용을 담은 영화이다. 이 마지막 발행본은 네 섹션으로 구성된다.

섹션1 - 자전거 타는 리포터(Cycling Reporter)

도입부인 섹션 1은 앙뉘-수-블라세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한다. 이 부분의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허브세인트 사제락(Herbsaint Sazerac; 오웬 윌슨(Owen Wilson) 역)이다. 프랑스 하면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인 뚜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가 떠오르는 만큼 도시를 설명하는 기자를 자전거 매니아로 설정한 점도 재미있지만 그 기자의 이름이 더 재미있다. 성과 이름이 모두 술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사제락(Sazerac)은 미국 라이(rye) 위스키 이름인 동시에 아주 오래된 클래식 칵테일 이름이기도 하다. 이 사제락(sazerac) 칵테일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가 허브세인트(herbsaint) 리큐르이다. 자전거를 타는 기자에게 허브세인트 사제락이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영화에서 보면 허브세인트 사제락 기자는 자전거를 타는 중 한 눈을 팔다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코믹하게 표현되는데, 기자 이름과 무관하지 않게 느껴졌다.

참고로 앙뉘-수-블라세(Ennui-sur-Blasé)에서 앙뉘(Ennui)는 '지루함(boredom)'을 뜻한다. 그리고 블라세(Blasé)는 '식상함'에 가까운 뜻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도시 이름에 대해 "내 기억에는 (스토리 작업을 같이 했던) 제이슨(Jason Schwartman)이 그저 '앙뉘-수-블라세'라고 크게 말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영화에서 보이는 앙뉘는 지루함과는 한참 거리가 먼데, 이런 도시에 '앙뉘-수-블라세'라는 이름을 붙여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섹션1은 도시 앙뉘가 어떤 도시인지, 어떤 분위기를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리 길지 않다. 본격적인 내용은 섹션2부터이다.

섹션2 - 콘크리트 걸작(The Concrete Masterpiece)

J.K.L 베렌슨(J.K.L Berensen;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역)이 진행하는 미술품 설명회. 천재 작가 모세스 로젠탈러(Moses Rosenthaler; 베니치오 델 토로(Benicio Del Toro) 역)의 작품이 소개된다. 로젠탈러는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부유함을 버리고 가난과 예술과 폭력을 택한 괴짜로 살인죄를 저질러 감옥에서 사형수로 복역중이었다. 그의 뮤즈는 간수인 시몽(Simone; 레아 세이두(Léa Seydoux) 역)이다. 로젠탈러가 그린 시몽에 대한 추상화는 탈세 혐의로 잠시 복역중이던 부호 줄리앙 카다지오(Julian Cadazio; 애드리언 브로디(Adrian Brody) 역)의 눈에 들어온다. 로젠탈러의 천재성을 알아본 카다지오는 로젠탈러의 그림을 구입하기 위해 친척들 자금까지 끌어들여 로젠탈러에게 투자한다. 이 기이한 투자는 금새 기사화되었고 이로 인해 로젠탈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높아져만 간다. 이제 로젠탈러가 추가적인 작품만 만들어내면 되는데, 로젠탈러는 괴짜 미술가 답게 '지금은 그리기 싫으니 1년 더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카다지오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지만 기다릴 밖에 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로젠탈러가 드디어 추가 작품을 완성했다. 카다지오는 감옥 간수들에게 뇌물을 먹여 미술품 투자자들이 감옥 안으로 들어가 로젠탈러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다. 로젠탈러의 신작들은 역시나 걸작이었다. 감탄하며 감상하던 카다지오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진다. 자세히 보니 로젠탈러는 종이가 아닌 콘크리트 벽면에 벽화를 그렸던 것이다. 감옥 밖으로 그림을 가지고 나갈 방법이 없어진 카다지오는 또다시 광분한다. 이 때 베렌슨과 동행한 클람펫(Clampette) 여사가 로젠탈러의 그림을 선구매한다. 후에 그녀는 전문가를 동원하여 벽을 통째로 뜯어서 로젠탈러의 작품을 칸자스에 소재한 미술관으로 옮긴다.

섹션3 - 선언문 개정본(Revisions to Menifesto)

이 섹션은 프랑스 68혁명을 떠올리게 만든다. 웨스 앤더스는 학생과 정부의 대치를 체스 게임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해냈다. 학생혁명단을 이끄는 인물은 제피렐리(Zeffirelli;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 역)다. 제피렐리는 학생단의 입장을 표명하는 선언문을 작성하는데 이를 프렌치 디스패치 기자인 루신다 크레멘츠(Lucinda Krementz; 프랜시스 맥도만(Frances McDormand) 역)가 읽게 된다. 크레멘츠는 제피렐리의 선언문을 손 봐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제피렐리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제피렐리의 동료인 줄리엣(Juliette; 리나 쿠드리(Lyna Khoudri) 역)은 개정된 선언문에 반발한다. 줄리엣은 본능적으로 크레멘츠와 제피렐리가 묘한 관계에 빠진 것을 눈치채고 질투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크레멘츠에게 '언론의 중립성'을 지킬것을 요구한다. 크레멘츠는 줄리엣의 말을 들어주고 제피렐리와 줄리엣을 서로 이어준다. 제피렐리와 줄리엣은 곧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들은 라디오 방송으로 선언문을 낭독하려 한다. 그 때, 안테나가 고장이 나고 제피렐리는 높이 솟은 안테나를 타고 높이 올라가 안테나를 고치지만 안테나 탑이 쓰러지는 바람에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사망한 제피렐리는 사람들에게 젊은 학생 영웅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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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4 - 경찰서장 전용 식당(The Private Dinning Room of the Police Commissioner)

이 섹션은 '프랑스'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음식'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 섹션을 작성한 기자는 로벅 라이트(Roebuck Wright; 제프리 라이트(Jefffrey Wright) 역)이다. 로벅 라이트는 어느 날 경찰서장으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는다. 경찰서장 담당 셰프는 네스카피에(Nescaffier; 스티브 박(Steve Park) 역)라는 '경찰음식'을 발명한 천재 요리사이다. 식사가 시작되고 에피타이저가 끝날 무렵에 전화벨이 울린다. 경찰서장의 아들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식사는 중단되고 경찰은 납치범 및 납치 장소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이를 찾아낸다. 납치범(에드워드 노튼(Edward Norton) 역)과 경찰이 대치한 상태에서 기괴한 협상이 이루어진다. 경찰은 식사를 하지 못한 납치범에게 셰프를 올려보내주겠다고 말한다. 납치법은 그 유명한 '네스카피에'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지 못하고 이를 받아들인다. 네스카피에가 음식을 만들어 오고 납치범들은 음식에 독이 있을지 모르니 네스카피에에게 먼저 먹어보라고 한다. 실제로 음식에 독이 들었지만 네스카피에는 알면서도 독이 든 음식을 먹는다. 납치범들이 따라서 먹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맹독으로 인해 납치범 대부분이 쓰러지고 네스카피에도 쓰러진다. 하지만 독이 든 음식을 피한 에드워드 노튼은 도망을 치고 일대 추격전 끝에 경찰서장은 아들을 되찾는다.

네스카피에도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 이 섹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네스카피에는 병상에 누운 채 맹독에서 느낀 미묘한 '맛'에 대한 느낌을 술회한다. 음식에 대한 네스카피에의 열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에필로그

이 모든 집필을 마친 프렌치 디스패치 직원들은 함께 보여서 편집장의 죽음을 슬퍼한다. 하지만 편집장실에 붙은 '울음 금지(No Cry)'라는 글귀를 존중하여 울음만은 애써 참는다. 그리고는 곧 마지막 발간작업을 위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기 시작한다.

영화에 대하여

웨스 앤더스는 이미 놀랄만한 상상력을 수차례 보여주었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은 단연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2012)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2014)이 아닌가 싶다. 2014년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면서 '이 영화가 웨스 앤더슨 영화의 정점으로 남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프렌치 디스패치>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이제 <프렌치 디스패치>가 웨스 앤더슨 영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웨스 앤더슨은 매거진 <뉴 요커(The New Yorker)>의 열렬한 팬이다. 이에 웨스 앤더슨은 저널리즘(journalism)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영화 속 기자들과 매거진 내용도 뉴 요커의 실제 기자들과 실제 기사 내용에서 착안한 부분도 꽤 된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 설정 외에는 모두 다 그의 직감이고 즉흥이다. 웨스 앤더슨 본인도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에 대해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럴 법도 하다. 기본 컨셉 외에는 모든 것이 웨스 앤더슨의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저널리즘을 널리 알리는 영화도 아니고 저널리즘을 비판하는 영화도 아니고 언론의 자유나 중립성 등을 강조하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뉴 요커> 지의 오랜 팬인 웨스 앤더슨이 '저널리즘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영화이고 그 마음으로부터 튀어나온 것들을 날것 그대로 세밀하게 묘사하고 배치한 영화이다. 또한 '진정한 기자'들에 대한 존중과 그들의 헌신에 대한 표현도 잊지 않았다. 이 영화에 대해 "왜 프랑스냐?"라는 질문에 웨스 앤더슨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Well, I’ve had an apartment in Paris for I don’t know how many years. I’ve reverse-emigrated. And, in Paris, anytime I walk down a street I don’t know well, it’s like going to the movies. It’s just entertaining. There’s also a sort of isolation living abroad, which can be good, or it can be bad. It can be lonely, certainly. But you’re also always on a kind of adventure, which can be inspiring.

글쎄요. 저도 몇 년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수년동안 파리에 살았어요. 역이민을 간 셈이죠. 그리고 파리에서는 잘 모르는 거리를 갈 때마다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어요. 그저 즐거워요. 또 해외에 떨어져 살면 일종의 홀로됨을 느끼는데, 이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죠. 물론 외로울수도 있구요. 하지만 어쨌든 늘상 모험을 하는 셈인 것이고, 이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죠.

from The New Yorker(원문)


그러니까 웨스 앤더슨은 미국 매거진인 <뉴 요커>에서 영감을 받아 저널리즘과 관련된 영화를 찍고 싶었고, 그 소재는 영감의 원천인 프랑스에서 찾은 셈이다. 확실히 이 영화에 나오는 프랑스에 대한 표현에서 웨스 앤더슨의 프랑스에 대한 관심이 느껴진다. 관심과 깊은 이해를 통해서만 나올 수 있는 각색이 이 영화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출연 배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티모시 샬라메, 프랜시스 맥도만, 애드리안 브로디, 베니치오 델 토로, 레아 세이두. 상업 영화에 이 배우들을 다 주연급으로 캐스팅을 한다면 도대체 배우 개런티만 얼마가 들지 상상도 안 될 수준이다. 그 외에 베테랑 배우들도 영화를 수놓고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얼굴들(리나 쿠드리, 안젤리카 베티 펠리니(Anjelica Bette Fellini))도 눈에 띄었다. 출연 배우들을 보면 웨스 앤더슨은 상상력으로 관객들만 매료시키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도 매료시키는 것이 분명하다. 비니지스만으로는 절대로 구성될 수 없는 출연진이다. 이 역시도 웨스 앤더슨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다.

색감과 앵글 면에서는 이번 영화도 역시나 웨스 앤더슨답다. 다만 한층 더 깊어졌다고 느꼈다. <문라이즈 킹덤>이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보여준 색감이나 앵글도 훌륭했지만 그 영화들은 '예쁘다'는 느낌이 강했던 반면 이번 <프렌치 디스패치>의 색감과 앵글은 '훌륭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이미 완성형인 줄 알았는데 <프렌치 디스패치>는 개인적으로는 전작들을 뛰어넘는 색감과 앵글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주 프랑스적인 일러스트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엔딩 크레딧 부분에 '프렌치 디스패치' 과월호 표지 일러스트들을 띄운 모습을 보고 '정말 진심으로 만들었구나' 싶었다.

웨스 앤더슨은 <뉴 요커> 지를 10대 때부터 구독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발행된 모든 과월호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프렌치 디스패치>에 압축된 웨스 앤더슨의 내공은 수십 년 어치인 셈이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독보적인 표현력과 상상력과 깊은 내공과 즉흥적인 감각이 올바른 방향으로 합쳐지면 어떤 영화가 탄생하는지를 눈 앞에 선명히 펼쳐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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