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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을 읽은 뒤에

[읽을거리] <Art&Fear>(번역 제목: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by WritingStudio 202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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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Fear> 표지

한글 번역서는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상당히 강하게 말하지만 원래 제목인 <Art&Fear>는 담담하다. 책 내용도 무언가를 강렬하게 촉구하지는 않는다. 읽는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조곤조곤 정리하여 말하는 편에 가깝다. 처음에 <Art&Fear>라는 제목을 듣고는 예술가가 느끼는 두려움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책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은 아니다. 그와는 다른 흥미롭고 필요한 주제를 다룬다.

이 책은 예술활동(MAKING ART)에 대한 책이다. 예술활동 중에서도 평범한(ORDINARY) 예술활동에 관한 책이다. 즉, 모차르트나 고흐같은 천재라고 추앙받는 예술가들이 예술품을 만드는 활동에 대한 책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예술활동을 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독자로 삼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fear)에 대해서 논하면서 그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어내야 하는지를 말한다.

사진작가 두 명이 이 책을 썼다. 저자인 David Bayles와 Ted Orland는 모두 사진작가이면서 저술가들이다. 또한 사진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법한 Ansel Adams와 시기가 겹치는 작가들이다. 특히 Ted Orland는 그 유명한 Ansel Adams의 요세미티 사진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저자 두 분도 나이가 상당하다. Bayles는 1952년생이고 Orland는 1941년 생이다. 그리고 이 책, <Art&Fear>는 최초 저작권년도가 1993년이다. 게다가 상당히 많이 팔린 책이었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는 Carpa Press Edition에서 12쇄까지 팔렸고, 그 후 Image Continuum Press Edition에서 계속 출판되었으며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은 2019년에 찍은 19쇄 판본이다(현재는 20쇄, 21쇄가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에서야 19쇄라고 해도 부수로 따지면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영어권은 말이 다르다. 웬만큼 인정받고 잘 팔리는 책이 아닌 이상 25년동안 19쇄가 찍히기 쉽지 않다. 게다가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마케도니아어, 한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중국어로도 출판이 되었다. 이쯤되면 이 책은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할만큼 유명한 책이라고 봐야 한다.

 

너무도 유명한 책이었다.


무슨 내용이기에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까 궁금해하며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원서로 120쪽 정도 되는 책이니 긴 책은 아니다. 글도 정리가 잘 된 상태라 읽는 데에 불편함도 없다. 그리고, 예술가를 지망하는 혹은 생활 속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졌기에, 그 와중에서 나에게만 중요한 고민들을 하곤 했다. 글을 쓴다고 쓰지만 원하던 글이 나오지 않는다. 이 정도면 재능이 없는건가 싶다. 사진에도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노력하여 찍어서 SNS에 올리고 주변에도 보여주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하여 인기가 많은 인스타계정 사진을 보기도 한다. 그런데 또 그 사진들을 똑같이 따라하고 싶지는 않다. 나름 개성이 느껴지는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지만 담기는 이미지는 내 상상과는 다르다. 이러면 또 사진에도 영 재능이 없는건가 싶다. 어쩌다 괜찮은 결과물이 나와도 때로는 그래서 뭐 어쨌다는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내팽개치지는 못한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었다(더 정확히 말하면 보다 더 진지하게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긴하지만). 저자들은 말한다. 상상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고, 반응도 시원찮고,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게 되고, 해서 뭐하나 싶고, 그냥 척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뭔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때려치웠다가도 또 다시 손을 대게 되는 이 모든 현상은 상당히 잘 나간다는 전문예술활동가들도 다들 겪는 일이라고. 당연한 일이라고. 그리고 이 모든 현상들이 왜 모두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지를 굵고 짧게 설명해나간다. 짧고 굵지만 아주 정성껏 설명을 한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이 책의 제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예술활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두려움들을, 예술활동가의 내면을 다룬다. 1부에서 그 모든 두려움들이 얼마나 일상적인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어떤 자세를 갖는 편이 왜 좋은지를 말한다면 2부에서는 외적인 상황을 다룬다. 그러니 예술활동은 내면적 두려움만 정리한다고 되는 활동이 아닌 셈이다.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은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내어야 하고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어놓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외부 세계와 피치못하게 만나게 된다. 2부는 이 외부 세계와의 만남에 관한 내용이다. 즉 2부는 예술활동을 보다 더 진지하고 중점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이 모든 내용들을 저자들은 아주 친절하게 이야기한다. 나이 많은 프로 예술가가 젊거나 경력이 부족한 예술활동가들을 훈계하는 책이 아니다. 상당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저자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이 책을 디자인했는지가 단번에 느껴진다.

 

일견 단촐해보이지만 소제목과 세부 단어들을 이렇게 뽑아내기란 보통 공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이 책 내용을 딱 한마디로 압축을 하자면 '그럼에도 당신은 지금 해 나가는 활동을 계속 해야하며 그것이 당신에게 최선이다'이다. 계속 해나가면 언젠가는 잘 될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당신이 만약 예술활동을 진지하게 해 나가는 중이라면 지금 나오는 결과물이 얼마나 마음에 안 들지간에, 얼마나 많은 무관심 혹은 무시를 받는지간에, 예술활동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계속 해나가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뜻이다(물론 당신이 예술활동으로부터 어차피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가정하에서).

전업으로 일상적 예술활동을 해 나가는 사람들이나 예술을 전공을 하는 대학생 혹은 대학원생들에게는 이 책의 1부 2부가 모두 크게 와닿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지금 나 역시도 이 책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 리뷰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이 글 역시도 내가 원하는 만큼 잘 써지지 않았다. 내 상상속에 있는 이 책에 대한 리뷰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멋지다. 그러나 그 상상이 현실화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말한다. 당연한 일이라고. 본인이 상상하는 만큼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계속 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보면 저자들의 말이 맞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미워지더라도 마무리를 지을 때까지 계속 쓰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도 없이 많은 때에 이 책이 떠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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