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NA와 RNA, 이름 살펴보기
DNA와 RNA는 같이 훑어보아야 효율적이다. 이름 자체부터가 서로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풀네임부터 살펴보자.
DNA: Deoxyribonucleic Acid, 한글표기: 디옥시리보핵산
RNA: Ribonucleic Acid, 한글표기: 리보핵산
빨간색으로 쓴 부분을 보면 적어도 용어 설명 면에서는 왜 이 둘을 같이 훑어보는 편이 좋은지가 눈에 들어온다. DNA 앞 알파벳 다섯 개를 뺀 나머지는 철자가 똑같다.
이제 밑줄 친 부분을 살펴보자. 영어에서 'de'가 앞에 붙으면 대개 뭐가 빠지거나 무언가를 뺐다는 뜻이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
compose(조립하여 만들다) | decompose(분해하다) |
nominate(대상으로 올리다) | denominate(대상에서 빼다) |
construct(건설하다) | deconstruct(해체하다) |
그러면 DNA 풀네임 중 밑줄을 친 Deoxy도 무언가에서 oxy를 뺐다는 뜻이다. 여기서 oxy는 문과생도 아는 원소기호 O의 주인공, Oxygen(산소)이다. 그러니 Deoxyribonucleic Acid는 Ribonucleic Acid에서 산소 하나가 빠졌다는 뜻이다. 맞다. RNA에서 산소 하나가 빠지면 DNA다.
이로부터 여러 궁금증이 생긴다. 그럼 ribo는 뭐고 nucleic은 뭐고 acid는 뭐지?
이 중에서 훑어보는 단계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nucleic acid이다(일단 ribo는 잊자). acid는 산성/염기성 할 때 '산성'의 '산'을 뜻한다. nucleic은 우리가 흔히 아는 단어 nuclear와도 관련된 단어다. 일단은 '핵'과 관련된 무언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nucleic acid는 '핵산'이라 번역된다.
그래서 DNA 한글 표기는 '디옥시리보핵산'이고 RNA는 '리보핵산'이다. 다른건 몰라도 '핵산'이라는 번역어는 알아는 두는 편이 좋다. DNA을 '디옥시리보핵산'이라고만 쓴다거나 RNA를 '리보핵산'이라고만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로 'DNA(디옥시리보핵산)' 또는 'RNA(리보핵산)'이라고 병기를 한다. 하나만 쓴다면 'DNA', 'RNA'라고 쓴다. 하지만 '핵산'은 따로 쓰이기도 한다. '핵산'은 생명체 및 바이러스에서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핵산(nucleic acid)은 세포 속 중요 구성요소이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핵산 두 가지가 DNA와 RNA이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일단 그냥 DNA와 RNA만 기억해도 관련 서적이나 기사 등을 읽는 데에 거의 무리가 없다.
2. DNA와 RNA, 역할 살펴보기
DNA라는 단어를 처음 본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 정확한 뜻은 모를지 몰라도 SF영화나 소설, 뉴스 등에서 '유전자'라는 단어와 함께 흔하게 소개된 단어가 DNA이기 때문이다(쥬라기공원을 떠올려보자). 그러나 RNA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생소하다. 그나마 요즘에 와서야 종종 소개가 된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모더나와 화이자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mRNA를 사용한 백신이기에 이제 'mRNA 백신'이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나와서 사람들에게 꽤나 익숙해졌다. (참고로 mRNA는 messenger-RNA를 줄인 표기로 번역어는 '전령 RNA'이다.).
RNA와 DNA는 생김새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다. 우선 각각 어떻게 생겼는지 보자(영어 표기는 일단 무시하고 모양새만 보도록 한다).
DNA가 어떤 모양인지는 워낙 많이 소개가 되어서 친숙하다. 하지만 RNA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별로 소개된 바가 없어서 생소할지도 모른다. 그림으로 보아도 차이는 분명하다. DNA는 두 줄이고, RNA는 한 줄이다(경우에 따라 RNA도 두 줄이기도하지만 여기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다). 비유를 하자면 DNA는 사다리를 꽈배기처럼 비튼 모양이다. RNA는 사다리를 세로로 반으로 잘라서 비튼 모양이다.
(아래 []안 내용은 참고만 하자. 몰라도 관련 대중서적이나 기사를 읽는 데에 아무 어려움이 없다.)
[그림에서 보듯 DNA는 시토신(Cytosine), 구아닌(Guanine), 아데닌(Adenine), 티민(Thymine)으로 구성되고 RNA는 시토신(C), 구아닌(G), 아데닌(A), 우라실(Uracil)로 이루어진다. 시토신(C), 구아닌(G), 아데닌(A), 티민(T) 등을 뉴클레오베이스(nucleobase)라고 부른다. 적당한 번역어가 없어서 그냥 뉴클레오베이스라고 쓰며 일상적으로 이해할때는 '기초구성물질'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아마도 DNA를 읽을 때 ATGTAATG 이런 식으로 읽는다는 말을 들어보았을텐데, 이는 DNA의 어느 한 부분이 아데닌-티민-구아닌-아데닌-아데닌-티민-구아닌 순서로 짜였음을 뜻한다. RNA와 DNA에서 시토신, 구아닌, 아데닌은 공통이지만 우라실(U)과 티민(T)이 다르다. 그리고 이 뉴클레오베이스들을 잡아주는 물질이 sugar-phosphates backbone(당-인산염 골격)이다(번역어가 그야말로 골때린다. 이래서 들어가는 글에서 번역으로 인한 어려움을 지목한 것이다). 영어 표현도 번역어도 잊자. 중요한 사실만 기억하자. DNA는 비틀어진 사다리, RNA는 세로로 쪼갠 비틀어진 사다리이다. 기초구성물들이 사다리에 달린 계단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계단을 잡아주는 사다리의 지지대가 sugar-phosphates backbone(당-인산 골격)이다. 외울 필요 없다. 머릿속으로 위 그림만 떠올려도 된다. (여기서도 번역어가 헷갈린다. phosphates는 '인산염'이다. 즉 '염'이지 '산'이 아니다. '인산'은 phosphoric acid다. 그런데도 sugar-phosphates backbone은 '당-인산 골격'이라 불린다. 왜인지 모르겠다.)]
DNA는 두 줄인데 왜 한 줄만 읽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 줄만 읽어도 두 줄을 읽은 셈이기 때문이다. DNA의 뉴클레오베이스들은 정해진 규칙대로 짝을 이룬다. A-T, C-G가 정해진 규칙(RNA의 경우 A-U, C-G)이다. 예를들어, 한 쪽이 ATGTAATG라면 다른 한 쪽 줄은 자동적으로 TACATTAC가 된다.
모양을 좀 더 살펴보자. DNA는 이미 서로 딱 붙어있는 모양새다. 모양부터가 완성본 모양이다. 이 모양새가 DNA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힌트이기도 하다. DNA는 밀키트라고 보면 된다. 마트에서 파는 밀키트에는 두 가지가 동봉된다. 재료와 레시피다. DNA가 그렇다. DNA에는 재료와 레시피가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DNA에 대해 공부할 때 DNA가 어디에 들어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DNA검사를 할 때 보면 머리카락 등 신체에 난 털을 뽑기도 하고 침을 사용하기도 하고 최근에 진행되는 PCR 코로나19 확진검사 같은 경우 면봉을 콧구멍 안으로 밀어넣는다. 그렇다면 DNA는 몸 전체에서 발견된다는 얘긴데, 실제로 그렇다. 앞서 말했듯 DNA는 핵산(Nucleic Acid)이다. 핵산은 세포 안에 들었고 우리 몸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졌다. 그 수많은 세포가 기본적으로 동일한 DNA를 가진 셈이다.
한 가지가 더 궁금했다. 그렇다면 손 세포에나 발 세포에나 얼굴 세포에나 심장 세포에나 모두 동일한 DNA가 들었다는 얘긴데 어떻게 손은 손이 되었고 발은 발이 되었고 심장은 심장이 되었을까? 신기하지 않은가? 여기에 대한 답은 아직도 상당부분 밝혀지지 않았지만 하나만은 거의 확실시된다. 손은 손이 되고, 얼굴은 얼굴이 되고, 심장은 심장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바로 RNA가 한다.
DNA는 밀키트라고 했다. 밀키트를 사다가 그대로 둔다고 해서 밀키트가 저절로 음식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밀키트에 든 재료와 설명서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해야 밀키트가 음식이 된다. 그 일을 하는 요리사가 바로 RNA다. 그래서 RNA는 기본적으로 한 줄이다. 나머지 한 줄은 밀키트-DNA-에서 꺼내와야 하기 때문이다.
DNA가 처음 발견되고 세계가 흥분했을 당시에는 RNA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그 후로도 상당한 시간동안 유전학 분야에서 주인공은 DNA였다. 당시에는 제 1의 과제가 DNA 읽어내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로,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집중 조명을 받는 쪽은 RNA이다. DNA에는 우리 몸을 만드는 정보가 담겼지만 실제로 몸을 만드는 일은 RNA가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DNA와 RNA를 대략적으로 훑어보았다. 매우 짧게 요약을 하자면, DNA에는 우리 몸을 만드는 정보가 담겼고 RNA는 그 정보를 활용하여 우리 몸을 만든다. 비전공과학에서 DNA와 RNA에 관해 필요한 지식은 이 정도 이해면 충분하다. 혹시나 이런 부문은 여전히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하는 부분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다.
다음 글에서는 이 RNA를 활용한 mRNA 백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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