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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Review - 컨택트(Arrival;어라이벌)(2016) 리뷰 및 해설

by WritingStudio 2021.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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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봉 시 수입/배급사는 이 영화 제목 <Arrival(어라이벌)>을 <컨택트>로 바꿔서 개봉했다. 물론 원제와 다른 한국 제목을 붙여서 개봉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Arrival'을 '어라이벌'이라고 쓰지 않고 굳이 '컨택트'라고 바꿔쓰는 행위는 도를 넘은 행위가 아닌가 싶다. 우선 무엇보다도 1997년 개봉 영화 <콘택트(Contact)>와 너무도 혼동된다. 게다가 '어라이벌'이라고 써도 발음이 불편하다거나 한글로 썼을 때 모양이 적절하지 않다거나 하지가 않다. '어라이벌'보다는 '컨택트'가 사람들에게 더 친근한 영어단어라서 '컨택트'로 개봉을 했나본데 이는 지나치다. 그런 이유로 본 글에서는 <컨택트>로 개봉한 이 영화를 <어라이벌>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어라이벌>은 드니 빌뇌브(Denis Villneuve)가 감독 한 영화로 2016년 개봉했으며 테드 치앙(Ted Chiang)이 쓴 1998년에 출판한 소설 <Story of Your Life>가 원작이다.

<어라이벌>은 촬영, 음악, 시나리오, 그리고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력으로 인해 2016년에 큰 화제가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그 중 음향편집(Sound Editing)상을 수상하였다. 음악상(Original Score) 부문에도 충분히 후보로 오를 만했으나 차용한 음악이 너무도 중요하게 쓰여 음악상 후보에서는 제외되었다.

<어라이벌>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영화이다. 처음 볼 때에도 그 묘한 분위기와 뛰어난 시나리오에 감탄하게 되지만 다시 볼 때 더 감탄스러운 영화이다. 처음 봤을 때 물음표로 남던 표정이나 감정선들이 다시 보면 완전히 이해가 되며 에이미 아담스가 펼친 연기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0 : 루이즈 뱅크스(Louise Banks)의 회상

I used to think this was the beginning of your story.

난 이 순간이 네 이야기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하곤 했어.


위 문장은 <어라이벌>의 첫 대사다. 여기서 'your story'는 루이즈가 낳은 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말한다. 딸이 태어나서 자라나고 운명을 맞는 이 과정 속에서 루이즈의 표정이 미묘하다. 딸이 태어났을 때 루이즈는 기뻐하면서도 표정이 어둡다. 딸을 키우면서도 루이즈의 표정에는 늘 슬픔이 담겼다. 딸이 어린 나이에 사망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루이즈는 당연히 크게 슬퍼하지만 이미 알던 비극을 맞는 듯한 느낌을 준다. 루이즈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가 보여준 이 첫 씬에서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개인적으로는 2017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이미 아담스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어야 한다고 본다. 워낙 쟁쟁한 영화들이 많았던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지만 <어라이벌>에서 보여준 에이미 아담스의 깊은 연기력은 그 해 최고급이었다.

루이즈의 회상 장면은 아래 대사로 마무리된다.


But now I am not sure I believe in beginnings and endings.
There are days that define your story beyond your life.
Like the day they arrived.

하지만 이제는 내가 시작이라든지 끝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과연 있다고 믿는지 잘 모르겠어.
어떤 날들에 의해서 너에 대한 이야기는 네 삶을 넘어서는 것이 되었거든.
말하자면 그들이 왔던 그 날처럼 말이야.


이 씬에서의 루이즈의 대사는 모두 루이즈가 낳은 딸 한나에게 하는 말이다. 즉 이 첫 씬의 시점은 이 영화의 모든 얘기가 지나가고도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루이즈가 딸의 탄생과 성장과 죽음을 모두 겪은 후이다. 위 대사를 통해 우리는 루이즈가 무언가 특별한 일을 겪었고 그것은 '그들'과 관련되어있음을 알게된다. 또한 이제 더이상 '시작'이나 '끝'이라는 개념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부분에서 루이즈가 겪은 경험이 '시간', '과거', '미래'에 대한 경험이었음도 알게 된다.

루이즈가 겪은 그 경험들이 영화 <어라이벌>의 이야기이다.


회상 장면에서 쓰인 음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라이벌>의 음악 감독은 요한 요한슨(Jóhann Jóhannsson)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도입부에서 쓰인 곡은 요한 요한슨의 곡이 아니다. 바로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곡인 'On The Nature of Daylight'이다. 요한 요한슨은 이 중요한 장면에 왜 자신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아닌 막스 리히터의 곡을 썼을까. 이유는 들어보면 안다. 회상 장면의 내용과 루이지의 감정과 대사와 이 음악은 말 그대로 '하나가 되어' 어우러진다. 아마 요한 요한슨도 '이 장면만큼은 막스 리히터의 이 곡만큼 어울리는 곡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곡을 쓴 덕분에 요한 요한슨은 2017년 아카데미에 후보로 오르지 못하게 된다. 요한 요한슨이 아닌 막스 리히터의 이 곡이 너무도 중요한 영화 시작과 마지막에 쓰였기 때문이다.

#1 : '그들'의 도착(arrival)과 만남

루이즈는 언어학자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날 지구 곳곳에 외계 비행물체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뜬다. 그리고 웨버 대령(Colonel Webber)이 루이즈를 찾아온다. 외계어를 해석할 언어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루이즈는 외계인 접촉 팀에 합류하게 되고 이론 물리학자인 이안 도넬리(Ian Donnelly)를 만난다. 루이즈 팀이 접촉해야 하는 외계선은 몬타나에 착륙했다. 루이즈와 이안은 우주선에 올라 외계인과 접촉한다. 외계인이 있는 곳과 루이즈 팀이 있는 곳은 유리벽으로 분리된 상태이다. 루이즈가 화이트보드에 'human(인간)'이라고 써서 외계인들에게 소개하자 외계인들은 검은 구름을 뿌려 원형 표식을 만들어낸다. 루이즈는 처음 보는 이 언어에 감탄한다.

커널 웨버가 이끄는 군인 팀은 외계인에게 두려움과 적대심을 느끼지만 루이즈와 이안은 외계선 안의 거대한 검은 문어처럼 생긴 외계인 둘에게 친근함을 느낀다. 그 둘에게 이름을 지어줘야지 않겠냐는 루이즈의 말에 이안이 '애봇(Abbot)과 코스텔로(Costello)'라 어떠냐고 말하고 루이즈는 웃으면서 아주 마음에 드는 이름이라고 말한다.

참고로 '애봇과 코스텔로(Abbot And Costello)'는 1940~50년대에 미국에서 활동한 그 당시에 최고로 유명한 코미디 듀오였다. 그들이 주로 구사했던 코미디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들은 중의적 단어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를 사용하는 개그를 주로 했다. 난생 처음 보는 외계어를 해석해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입장에서는 아주 적절한 별칭인 셈이다.

#2 : 루이즈와 외계인의 접촉, 그리고 비전(vision)

루이즈는 외계어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외계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루이즈는 조금씩 미래를 보게 된다. 초기에는 그저 어떤 여자아이(한나)에 대한 짧은 비전이 보일 뿐이었다.

루이즈는 외계어를 해석하기 위해 외계인과 계속 접촉한다. 무엇 때문인지 루이즈는 이 애봇과 카스텔로가 무섭거나 어렵지 않다. 애봇과 카스텔로와 소통 노력을 하면 할수록, 외계어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루이즈는 미래를 더 길게 보게 된다.

#3 : 오해, '무기(weapon)'

그러던 어느날 전세계는 비상사태에 빠진다. 외계인들이 대화 도중 한 어떤 말이 '무기를 사용하라(use weapon)'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외계인들에 대한 큰 적대심을 보여왔고 세계 연합팀에서도 탈퇴한 중국은 특히나 더 큰 적대심을 갖게 된다. 루이즈는 오해일것이라 주장하지만 루이즈도 외계인들이 정확히 어떤 뜻으로 그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몬타나의 외계선에도 C-4 시한 폭탄이 설치된다. 하지만 루이즈와 이안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또다시 외계선에 들어가 애봇과 카스텔로와 말을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평소에 한 두개의 원형문자만을 보여주던 애봇이 갑자기 수없이 많은 원형 문자들을 만들어낸다. 너무도 많은 문자에 루이즈는 당황하게 되고 C-4 폭탄이 폭발할 시점이 다가온다. 폭탄 폭발 직전 애봇과 코스텔로는 루이즈와 이안을 외계선 밖으로 피신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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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해석에 성공한 루이즈

국제적인 긴장감은 이제 최고조에 이른다. 외계인들의 말에서 '무기를 사용하라'는 뜻 외에 다른 뜻을 찾지 못하자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외계선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준비한다.

외계인들에게 지구를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굳게 믿는 루이즈는 마음이 급하다. 이에 루이즈는 혼자서 또다시 외계선에 들어간다. 애봇은 없고 코스텔로 혼자다. 이제 외계어를 상당수준으로 구사하는 루이즈는 코스텔로에게 애봇이 어디있냐고 묻고 코스텔로는 '애봇은 죽어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애봇은 폭탄 폭발로 중상을 입었다.

코스텔로는 원형 문자를 펼치고 루이즈는 또다시 비전을 본다.

캠프로 돌아온 루이즈는 코스텔로가 펼친 수많은 문자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 순간 루이즈에게 '유레카'의 순간이 오고 루이즈는 코스텔로가 한 말들을 해석하는 데에 성공한다. 코스텔로가 펼친 문장의 뜻은 다음과 같다. 자신들은 인간들에게 자신의 언어를 선물로 주기 위해 왔고, 그 이유는 인간들이 3,000년 후에 자신들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3,000년 후에 자신들을 돕는 데에 자신들의 언어가 인간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자신들의 언어를 익히면 차원이 다른 시간개념을 갖게 되며 미래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들이 외계어를 배우지 못하면 3,000년 후에 자신들을 돕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3,000년 미리 지구에 와서 지구인들에게 자신들의 언어를 선물하려 한 것이다. 루이즈는 이 내용을 웨버 대령에게 설명하지만 이미 군사 행동 명령이 떨어진 뒤였고 '외계어를 배우면 미래를 본다'는 루이즈의 말은 일반인으로서는 너무도 믿기 힘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간들은 외계선에 대해 군사 공격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루이즈는 또 다른 미래를 본다.

#5 : 외계선에 대한 군사공격을 막아내는 루이즈

무언가를 해내어 군사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빠진 루이즈에게 또 다른 미래가 보인다. 루이즈는 18개월 후의 미래를 본다. 국제 행사장. 그곳에서 루이즈는 인류해방군(People's Liberation Army) 총사령관인 샹 장군을 만난다. 장군은 루이즈에게 '당신은 18개월 전에 엄청난 일을 해내었다'고 말한다. 루이즈는 어리둥절하며 '내가 무슨 일을 했냐'고 묻고 장군은 '당신은 내 개인 번호로 전화를 해서 자신의 아내가 남긴 유언을 나에게 들려주었다'고 말한다. 루이즈는 '나는 당신의 번호를 모른다'고 말하자 샹 장군은 루이즈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이제 알지 않냐'고 말한다.

이 비전을 본 루이즈는 철거작업이 한창인 캠프로 되돌아가 통신장비를 하나 탈취하여 샹 장군에게 전화를 건다. 캠프 내 통신 신호를 감지한 군인들은 루이즈를 추척하고 곧 찾아낸다. 군인들과의 대치상태가 벌어지고 루이즈는 간신히 샹 장군에게 아내의 유언을 들려주고 샹 장군을 설득해낸다. 루이즈가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보통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시간개념을 갖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루이즈와의 통화를 끝낸 샹 장군은 그 즉시 외계선에 대한 공격행동을 중단(stand down)을 명령하며 중국이 외계인들과 접촉하면서 알아낸 모든 자료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고 발표한다. 이는 전 세계 뉴스에 방영되고 외계선에 대한 공격작업은 중단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외계선들도 지구를 떠나기 시작한다.

#6 : 루이즈와 이안

외계선이 떠나는 장면을 보면서 이안은 루이즈에게 "나에게 행운이었던 것은 외계인과의 만남이 아니라 당신과의 만남"이라고 고백한다.

이 시점에서 루이즈는 이미 그들에 닥칠 운명을 안다. 이안과는 이혼을 하게 되고 그 둘이 낳은 딸은 젊은 나이에 죽는다. 이 시점에서 루이즈는 마음 속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Despite knowing the journey,
And where it leads,
I embrace it.
And I welcome every moment of it.

이 여정이 어떤 것인지도,
어디로 이르게 되는지도 알지만,
나는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을 환영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펼쳐지고, 영화 시작 때 나왔던 막스 리히터의 'On The Nature of Daylight'이 다시 흘러나온다.

# 영화 이야기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영상미도 뛰어나다. 영상이 차가우면서도 따뜻하고 어두우면서도 신비롭다. 특히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 전반부에 나오는 외계선이 착륙한 몬타나 평원 씬을 잊지 못하리라 본다. 왼쪽에는 거대하고 길쭉한 우주선이 서있고, 그 밑에는 초록 평원이 펼쳐지고, 그 평원 위에 오른쪽 산등성이에서 흘러나오는 거대한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는 그 장면은 한 편의 걸작이다.

애봇과 코스텔로가 뿌려내는 문자 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글을 보통 한 방향으로 쓴다. 하지만 영화 속 외계인들의 문자는 원형이다. 즉 문자 속 모든 지점이 시작이자 끝이다. 이는 외계인들이 가진 시간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루이즈가 선사받은 외계인들의 시간개념은 일반 인간과는 다르다. 비선형(non-lienear)이다. 시간 자체가 거대한 원형인 셈이다. 이 모든 주제를 영상으로 표현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영화가 그려낸 원형문자이다. 뿌려진 검은 구름이 선명한 원형문자 모양을 갖추고 또 얼마 후에 재처럼 사라지는 이 장면들도 매우 매력적이다.

처음에는 영화를 왜이렇게 슬픈 분위기로 찍었나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다시 보면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에 공감하게 되었다. <어라이벌>은 너무도 슬픈 영화이다. 영화 <어라이벌>은 결국 루이즈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루이즈 덕분에 인류는 외계인에게서 '도구'를 선물로 받게 되지만 그로 인해 루이즈는 엄청난 고통에 빠지게 된다. 헤어질 걸 알면서도 결혼을 하고, 어린 나이에 죽을 줄 알면서도 딸을 낳는 그 심정이 어떠할까. 그렇기에 루이즈는 태어난 딸을 보면서도 마냥 기뻐하지는 못했던 것이며 아이와 놀아주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슬픔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 것이다. 아마 이안과 헤어지게 된 이유도 루이즈의 이야기를 이안은 감당해내지 못해서이지 않았을까. 이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고 환영하리라고 말하는 루이즈는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슬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복잡하고 미묘하고 섬세한 인물을 연기해낸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력은 매우 큰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또한 막스 리히터의 음악도 이 영화에서 아주 큰 역할을 했다. 루이즈가 감당해내야하는 현실 혹은 운명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요한 요한슨이 아카데미 음악상을 포기하더라도 써야겠다고 마음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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