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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Review -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2017) 리뷰 및 해설

by WritingStudio 202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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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개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뤽 베송(Luc Besson)이 감독한 영화로 2017년에 개봉했다. 이 영화에 대한 해외 평론가들의 평은 극명히 엇갈린다. 너무도 유명한 영화 리뷰 블로그 사이트인 RogerEbert.com에 이 영화 리뷰를 쓴 피터 솝진스키(Peter Sobczynsky)는 이 영화에 이 사이트 기준 만점인 별 4개를 주었다(리뷰 링크). 100점을 매긴 셈이다. 그 반면 토드 매카시(Todd McCarthy)는 Hollywood Reporter에 이 영화에 대해 혹평을 퍼부으며 20점을 주었다. 그 결과 평론가 평점을 모은 메타크리틱스(metscritics)에 올라온 이 영화에 대한 평균 점수는 50점 정도이다. 극과 극으로 갈린 결과 나온 50점이기에 표준편차가 상당히 크다.

개인적인 이 영화에 대한 평은 100점을 준 솝진스키에 더 가깝다. 물론 나는 만점까지는 주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 영화에 솝진스키가 왜 만점을 주었는지는 안다. 우리가 영화를 평가 할 때에는 그 영화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웃길려고 만든 영화에 '진지하지 않다'면서 혹평을 퍼붓는 행위는 '왜 내 취향에 맞는 영화 안 만들었어'라고 떼를 쓰는 행동밖에는 되지 않는다. 어떤 영화를 평가를 할 때에는 그 영화가 추구하는 바에 따라서 무게 중심을 다르게 두어야 한다.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철저히 '비주얼'과 '비주얼적 재미'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서 본다면 이 영화에는 즐길 장면들과 즐길 아이디어들이 즐비하다.

참고로 이 영화는 <Valérian et Laureline>이라는 프랑스 만화책 시리즈물을 기반으로 한다(원작 정보 링크).

#1 : 천 개 행성의 도시(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형성 과정, 그리고 데이빗 보위(David Bowie)

1975년, 미국-소련 합작품인 아폴로-소유즈(Apollo-Soyuz)호 영상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영화 개봉 당시에는 미래 시점인) 2020년에는 우주정거장이 모습을 웬만큼 갖춘다. 여기에 우주개발 종주국 외 다른 국가들도 차례로 도킹을 하면서 2031년에는 우주 정거장이 자체 중력 시스템을 가동할 만큼 거대해진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이제는 외계 행성에서 온 우주선들까지 이 우주 정거장에 도킹하며 2150년에는 엄청나게 큰 외계 모선(mothership)까지 도킹하게 된다.

이렇듯 엄청나게 커진 우주 정거장은 이제 정거장이 아닌 하나의 행성처럼 되어버렸으며 그 중력이 너무 강해져서 지구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위원회는 행성급으로 거대해진 이 복합체를 지구 중력장 밖으로 밀어내기로 결정한다. 이 복합체는 '더 알파(The Alpha)'라고 불리게 되며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전파하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구 중력장에서 떠나 우주를 유영하게 된다.

이렇듯 처음에는 작은 우주정거장으로 시작하여 수없이 많은 행성의 우주선들이 도킹하여 다양성의 상징이 된 이 알파가 바로 '천 개의 행성의 도시', 즉 천여 개의 행성에서 온 우주선들로 만들어진 도시이다.

알파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수놓는 음악은 바로 우주와 너무도 어울리는 가수이자 한 시대의 아이콘인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대표곡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이다. 이 곡은 제목도 제목이지만 그 내용이 알파가 지구 중력장을 떠나게 되는 과정과도 너무도 어울린다(데이빗 보위는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 해인 2016년에 세상을 떠났다. 인트로 곡으로 '스페이스 오디티'를 선정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데이빗 보위에 바치는 추모곡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톰 소령(Major Tom)이 탄 우주선이 지상으로부터 발사되어 우주 공간으로 진입하지만 안정된 궤도에 이르지 못한 채 지구(ground control)과 교신이 끊기면서 그대로 머나먼 우주로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곡이다.

#2 : 알파가 우주 유영을 한지 400년이 지난 시점: 뮬 행성과 뮬 행성의 몰락


영화는 뮬(Mül) 행성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펄(Pearl)족이 살며 이들은 펄(pearl; 진주)의 힘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지상 낙원에서의 삶을 만끽한다. 이 장면부터가 이 영화의 시각적 매력의 시작점이다. 배경 화면과 소재 하나하나의 색이 다채롭고 아름답다. 이 뮬 행성을 보면서부터 '이 영화는 화면을 보는 영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뮬 행성에서 아주 중요한 존재가 바로 '뮬 컨버터(converter)'라는 동물이다. 이 동물은 먹은 것을 수없이 많이 복제해내는 능력을 가졌다. 펄 족은 이 뮬 컨버터를 통해 진주들을 복제해내고 그 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평화롭던 뮬 행성에 어느날 갑자기 전쟁 잔해물들이 떨어진다. 뮬 행성 상공에서 벌어진 전쟁 때문이었다. 그 전쟁에서 발사된 고에너지 무기에 의해 뮬 행성은 산산조각나서 사라진다. 펄 족 일부는 운 좋게 탈출에 성공하지만 불행히도 펄 족 공주인 '리히오 미나'는 탈출하지 못하고 최후를 맡게 된다. 공주는 마지막 순간 온 에너지를 짜내어 우주 공간으로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3: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에게 떨어진 임무


#2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을 발레리안 소령(Major Valerian)은 꿈으로 꾼다(나중에 밝혀지지만 발레리안이 이는 리히오-미나가 보낸 시그널을 받은 것). 발레리안이 꿈에서 깬 곳은 아름다운 해변이다. 이 때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발레리안의 임무 파트너 로렐라인 하사(Sergeant Laureline)이 등장한다. 발레리안은 머리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 군인이다. 또한 여자를 밝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로렐라인은 미인이며 매력적이고 까칠하다. 발레리안은 그런 로렐라인에게 계속하여 작업을 걸고 로렐라인도 겉으로는 다소 쌀쌀맞게 굴지만 그런 발레리안이 싫지 않다.

그들을 둘러싼 멋진 해변 배경은 알고보니 만들어진 영상이었다. 영상장치가 꺼지자 그들이 탄 우주선이 드러난다. 이런 그들에게 장관(Defence Minister)이 명령을 내린다. 키리안(Kyrian) 행성으로 가서 뮬 컨버터를 찾아 알파로 돌아오라는 명령이다.

여기서 발레리안에게 명령을 내리는 인물이 재미있다. 바로 유명 재즈 음악가인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다. 기사에 따르면 허비 행콕은 공상과학영화 광팬으로 뤽 베송 감독에게 출연요청을 받고서는 흔쾌히 이에 응했다고 한다(관련기사).

#4 : 키리안 행성과 빅 마켓(Big Market)


키리안은 눈으로 보기에는 사막지역이다. 하지만 다른 차원을 보여주는 헬멧을 쓰면 화려한 빅 마켓(Big Market)이 펼쳐진다.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은 키리안에서 접선한 지원 병력의 도움을 받아 빅마켓으로 들어가서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안경을 쓰고 뮬 컨버터 밀거래 현장을 기습하여 우여곡절 끝에 임무에 성공한다. 여기서도 이 '우여곡절'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아주 화려하다. 이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각종 장비들의 성능들이다. 특히 트랜스매터 박스(transmatter box)의 성능과 이 장치가 고장나서 벌어지는 사태 등을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은 우여곡절 끝에 신비한 동물인 뮬 컨버터를 손에 넣고 우주선에 탑승한다. 로렐라인은 그동안 이리저리 팔려다니면서 고생이 심해 여기저기 상처가 난 뮬 컨버터를 우주선 안 우라늄 치료실에 넣어 치료해준다(이 치료받는 광경이 또 귀엽다).

발레리안은 키리안에서 습득한 펄을 가지고 분석을 하여 뮬 행성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는 뮬 행성은 30년 전에 파괴되었음을 알게 된다(30년전에 리호-미이나 공주가 보낸 시그널을 발레리안이 받게 된 것이다). 놀란 발레리안이 더 이상을 알아보려고 하자 화면에는 Access Denied, 접근 금지 표시가 뜬다. 보안등급을 보니 최고등급이다. 발레리안은 이에 무언가가 심상치 않다는 짐작을 하게 된다.

#5 : 알파로 돌아온 발레리안


뮬 컨버터를 되찾아 알파로 돌아온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은 또 다른 긴급 상황을 듣게 된다. 사령관은 이 둘에게 천 개 행성의 도시인 알파 중심부에 위험 지역인 방사능 지역이 생성되었으며 마치 암세포처럼 점점 커지는 중이라고 말한다. 사령관은 이에 대한 중대 회의를 여는데 이 순간 펄 족이 회의장을 습격하고 사령관을 납치해간다(하지만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 발레리안은 사령관을 구출하기위해 펄 족의 비행기를 뒤쫓다가 실종된다. 로렐라인은 정보 판매꾼인 도간-대기스의 도움으로 발레리안의 위치를 찾아내 구출하지만 그 순간 로렐라인 본인이 다른 부족에 의해 납치를 당하게 되며 이번에는 발레리안이 로렐라인을 구출한다(로렐라인 구출작전에 큰 도움을 준 캐릭터는 변신의 귀재 버블인데 이 버블 역을 유명 가수인 리한나(Rihanna)가 맡았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발레리안이 사령관을 구하기 위해 펄 족 비행물체를 뒤쫓는 과정, 로렐라인이 발레리안의 위치를 파악하는 과정 그리고 발레리안이 로렐라인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영상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이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장면 중 하나이다.

#6 : 밝혀지는 진실과 알파를 떠나는 펄 부족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은 위험지역이라고 알려진 방사능 지역으로 진입하였으나 아무런 유독성도 발견하지 못한다. 방사능 지역이라고 알려진 신비한 벽을 통과하자 그곳에는 파괴된 뮬 행성에서 탈출한 소수의 펄 족이 있었다.

펄 족은 발레리안에게 진실을 설명한다. 뮬 행성이 파괴되던 날, 뮬 행성 상공에서 전쟁을 벌였던 종족은 인간이었으며 퓨전 미사일을 쏴서 뮬 행성을 파괴시킨것도 사령관이었다. 이 진실을 덮으려고 뮬 행성에 대한 자료를 극비자료로 만들고 뮬 행성에 대해서는 30년전에 사라졌으나 아무도 살지 않았던 행성이라는 거짓 정보를 작성한 것이었다. 이에 사령관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궤변을 늘어놓고 발레리안은 이런 사령관에게 주먹을 날려 쓰러뜨린다.

뮬 행성이 파괴된 뒤 펄 족은 우주를 이리저리 떠다니며 많은 지식을 습득하였고 그 지식으로 자신들의 지상낙원을 가상으로나마 다시 만들 수 있는 우주선을 제작하였다. 다만 그 우주선을 가동하려면 펄과 뮬 컨버커가 필수적으로 필요했기에 아직 가동시키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에 발레리안은 본인이 습득한 진주를, 로렐라인은 키리안 행성에서 습득한 뮬 컨버터를 펄 족에게 돌려준다.

진주와 뮬 컨버터를 돌려받은 펄 족은 뮬 컨버터에게 진주를 먹인다. 그러자 뮬 컨버터는 수만은 진주를 만들어내었고 그 진주들의 에너지로 뮬 족의 우주선은 가동된다.

이 때 사령관이 프로그램해둔 K-트론들이 발레리안 일행을 공격하지만 우주선은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을 태운 채 알파를 떠난다.

펄 족은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을 우주공간 어딘가 적당한 곳에 내려준다. 그곳에서 발레리안은 로렐라인에게 청혼을 하고 이에 로렐라인이 긍정에 가까운 모호한 대답을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 총평


서두에 말했듯 이 영화는 눈으로 즐기는 영화이다. 펼쳐지는 배경도 화려하지만 순간순간 짧게 지나가는 장면에도 공을 들인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특히 '알파는 매우 다양한 여러 부족이 모인 곳'임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여러 부족들의 특징과 생활환경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든지, 발레리안이 사령관을 구출하기 위해 펄 부족 비행기를 뒤쫓는 장면에서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다양한 알파의 모습에서도 영상적 세세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로렐라인이 발레리안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뒤집어쓰는 신비한 해파리 등은 그 표현 수준이 놀라울 정도이다. 디자인 뿐만이 아니라 영화 상영 내내 보이는 색감 또한 감탄할 수준이다.

이 영화 촬영감독인 띠에리 아르보가스트(Thierry Arbogast)가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같은 영화를 주로 찍던 촬영감독은 아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르보가스트 촬영감독은 뤽 베송과 작업을 같이 한 경험이 많다. 너무도 유명한 영화인 1994년 개봉작 <레옹>, 많은 사람들이 뤽 베송 하면 떠올리는 1997년작 <제 5 원소>, 그리고 배우 최민식이 출연하여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2014년작 <루씨> 등이 뤽 베송 감독과 아르보가스트 촬영감독이 같이 한 영화들이다.

뤽 베송이 감독한 영화 중에서는 이토록 밝고 화려한 색감의 영화는 <발레리안>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사물표현과 색감에 모든 것을 바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영상과 색감에 대한 사전 준비가 매우 철저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표현하고자 한 영상에 최대한 집중한 영화, 이것이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로부터 받은 느낌이었으며 그 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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