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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돈 룩 업(Don't Look Up)(2021) 리뷰 및 후기

by WritingStudio 202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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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3.5/5

아담 맥케이(Adam McKay)는 활동 기간에 비해 장편 영화를 많이 감독한 사람은 아니다. 감독이라기보다는 전문 프로듀서에 더 가깝다. IMDB 자료에 따르면 그는 90여 편의 작품(TV 시리즈, 영화 등)을 프로듀스했고 27여 편의 작품을 감독했다. 그의 장편 영화 최근작 3편이 빅 숏(The Big Short)(2015), 바이스(Vice)(2018), 그리고 바로 돈 룩 업(Don't Look Up)(2021)이다.

돈 룩 업 전 두 편만 봐도 그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빅 숏은 미국 금융위기 당시 미국 내 부동산 거래 및 그와 관련된 증권시장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돌아갔었는지를 보여준다. 바이스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시선을 통해 부시 행정부를 비판한다. 돈 룩 업도 상당히 정치적인 영화이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지만 미 공화당의 성향을 부정적으로 비꼬는 영화이기에 이 영화에 대한 미국 내 전문가 평은 꽤나 극과 극으로 갈린다. 그에 반해 일반 관객 반응은 꽤 좋은 편이다. 아마 공화당 성향의 미국인들은 이 영화를 아예 보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돈 룩 업은 마냥 공화당 비판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온 지구가 하나로 통합되는 일은 외계인이 나타나야 가능하다고. 이 영화는 여기에 의문을 던진다. 외계인이 나타나면 과연 통합이 될까? 그리고는 지구 종말 시나리오를 설정한다. 누가 봐도 온 지구가 합심해서 지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구는, 더 정확히 말해 영화 속 미국은 그 상황에서도 심각하게 분열되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즉, 이 영화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눈 앞에 두고도 합심하지 못하는 인류와 그 과정을 미국의 정치상황을 통해 빗대어 표현하였다.

돈 룩 업은 정치계와 방송/언론계와 대기업을 주 타겟으로 삼는다.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계산하여 밝혀 낸 위기 상황을 정치계와 언론계에 알리지만 정치인들은 중간 선거에만, 방송/언론계는 시청률에만 신경을 쓴다. 대기업 CEO는 위기상황에서도 돈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 관심깊게 보아야 할 부분은 지구가 위기에서 탈출할 능력을 갖췄음에도 스스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점이다. 즉,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니라 가항력적인 상황인데도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지구는 멸망에 다가간다. 영화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내린 잘못된 결정이 그 주요 원인이 된다. 그리고 그 미국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인류 역사상 부자 3위'라는 기업 CEO가 불확실한 계획을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대통령 및 정계 인사들을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영화 속 그 CEO는 대통령에게 엄청난 양의 정치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거의 대통령급 권한을 갖는다. 참여 자격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온갖 회의들에 자유자재로 드나들며 대통령을 거의 부하 직원처럼 부른다. 대통령은 그의 부름에 조금만 늦어도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돈 룩 업은 엄청나게 많은 소재를 담은 영화이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아주 다양한 현상들을 비판하는 영화이기에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풍자가 끊이지 않는다. 영화는 정치인들과 방송인들을 주로 비판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사회 자체가 얼마나 '소시오패스'화 되어있고 '물질화' 되었으며 미디어가 얼마나 잘못된 현실상을 대중들에게 심어주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현상을 주관하는 꼭대기에는 대기업 CEO로 대변되는 '돈'이 자리한다.

이 영화에서 백미인 장면은 미국 정부가 지구 구원 작전을 실행한 후에 대기업 CEO의 한 마디에 갑자기 작전을 취소해버리는 장면이었다. 그 이유를 보면서 '저럴 수가 있나?' 싶다가 '지금 세상이라면 저럴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은 지구의 미래가 생존에서 멸망으로 바뀌는 시점이기도 하기에 매우 결정적인 장면이다. 작전이 취소되는 과정, CEO가 각료들을 모아놓고 현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과정, 그 CEO의 주장에 각자 나름의 욕심 때문에 동의하는 각계 각료들, 혼란스러워하는 과학자 등을 보여주는 그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상당히 잘 찍어낸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크다. 순진하고 양심적이지만 어수룩한 과학자로 등장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영민하고 날카로운 판단력을 가진 자유주의자 과학자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 세속적인 욕심으로 가득 찬 지지율에만 매달리는 미국 대통령인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속물 그 자체인 방송인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여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인기 팝 가수인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최근 영화 듄(Dune)으로 주가가 더욱 상승한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도 등장한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와도 합심해내지 못하는 인류와 그렇게 되는 원인과 그 과정과 그 결과를 그린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공화당 비판적인 영화이기에 영화 막바지에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공화당에 등을 돌리는 장면도 나온다. 고개를 들어 진실을 보자는 룩 업(Look Up)파와 그들에게 선동되지 말고 자신들이 하는 말만 들으라는 돈 룩 업(Don't Look Up)파. 돈 룩 업 파들은 공화당의 거짓말을 알아채고 나중에야 룩 업(Look up)을 하고 진실과 마주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현란한 거짓말과 보여주기식으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을 경계해야 하는 영화 속 상황, 대한민국도 무관하지는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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