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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리코리쉬 피자(Licorice Pizza)(2021) 리뷰 및 후기

by WritingStudio 2022.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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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5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줄여서 PTA라 불리는 이 영화감독은 영화를 못 만드는 법을 모른다. 그는 분명 일반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감독은 아니다. 그가 만든 영화 중 극장 흥행 성적이 제작비를 넘기지 못한 영화도 꽤 된다. 하지만 영화 애호가라면 PTA가 감독한 영화를 기다린다. 그만큼 그는 '믿고 보는' 감독이다.

 

PTA가 감독한 영화들이 대중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가 영화에 사용하는 중심 소재의 성격 때문이다. 이 점이 또 한 명의 '믿고 보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과 PTA가 다른 점이다. 놀란 감독은 대중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 플롯을 통해 영화의 재미와 특수성을 배가시킨다. PTA는 플롯을 복잡하게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사용하는 소재로 인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기묘한 플롯을 본다고 느끼게 된다. PTA가 사용하는 중심 소재가 광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는 그 광기의 보편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을 그린다.

 

리코리쉬 피자(Licorice Pizza)는 인간이 지닌 광기 중 사랑에 대한 광기를 그린 영화이다. 거기에 시대적 일화들이 추가되면서 이 영화는 PTA적이면서도 노스텔지아적인 영화가 되었다. 영화 제목을 리코리쉬 피자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 PTA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즉각적으로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영화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고 말한다. 리코리쉬 피자는 1969년부터 1986년까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영업을 하던 레코드 체인점 이름이다. 그리고 영화 리코리쉬 피자는 1970년대 초반을 그린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15세 소년과 25세 여성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 곳곳에 매력적인 일화들이 박혀있으며 그 일화들은 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며 시대성도 잘 살려준다. PTA가 이 영화와 피자(pizza)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느낀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알라나 하임(Alana Haim)과 쿠퍼 호프만(Cooper Hoffman) 모두 이 영화가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두 배우 모두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든 수준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소년스러우면서도 능청스럽고 나이 답지 않은 허슬러인 주인공 개리 발렌타인(Gary Valentine)을 연기하는 호프만의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야 쿠퍼 호프만이 명배우 필립-세이무어 호프만(Philip-saymour hoffman)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기력도 유전이 되는 모양이다. 알라나 하임 역시도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본래 뮤지션인 알리나 하임은 극중 여주인공인 알라나 케인(Alana Kane)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영화 이곳 저곳에서 보이는 등장인물들도 이 영화에 재미를 더해준다. 숀 펜(Sean Penn), 톰 웨이츠(Tom Waits),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가 등장하여 각각 그 시대에 유명했던 인물들을 연기한다. 특히나 존 피터스(Jon Peters)를 연기하는 브래들리 쿠퍼는 단연 씬 스틸러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도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나게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곡들이 영화 내내 흘러나온다. 그 시대의 아이콘인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Life On Mars?와 폴 매카트니 앤 윙스(Paul McCartney & Wings)의 Let Me Roll It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수놓은 여러 아티스트들의 여러 장르의 곡들이 영화를 장식한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보면 PTA가 그 시대를 그려내는 데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다.

 

15세 소년과 25세 여성과의 사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아역배우로 인기를 얻었고 나이답지 않게 능청스러우며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만 하면 사업을 차리는 15세 소년과 인생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는 25세 여성. 그 둘의 광기 어린 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 주변을 수놓는 일화들과 음악. 개인적으로 본 PTA 영화 중에서는 이 영화는 가장 따뜻하고 노스텔지아적인 영화였다. PTA 영화 중 광기어린 사랑을 주제로한 코메디 장르로는 펀치-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도 있지만 리코리쉬 피자펀치-드렁크 러브와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 영화이다. 이런 영화까지 이렇게 잘 찍어내다니, 확실히 PTA는 영화를 못 찍을 줄 모르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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