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파스트(Belfast)는 영국을 구성하는 국가들 중 하나인 북아일랜드의 수도이다. 북아일랜드는 현대사가 복잡한 나라이다. 북아일랜드에는 북아일랜드가 국가로 독립하기를 원하는 세력과 영국령에 속하기를 바라는 세력이 공존했다. 그 두 세력 사이에는 마찰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는 곧 종교분쟁으로 이어졌다. 다수였던 개신교들은 북아일랜드가 영국령으로 남기를 원했고 소수였던 카톨릭인들은 북아일랜드가 따로 독립을 하기를 원했다. 그러던 중 1969년에 개신교도들이 천주교도에게 폭력을 가하면서 대분쟁(The Trouble)시대가 시작된다.
케네스 브래너Kenneth Branagh감독은 벨파스트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벨파스트는 아주 사적인 영화인 셈이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도 인터뷰에서 벨파스트가 자신이 만든 영화 중 가장 사적인 영화라고 말하였다. 주인공 버디Buddy 역을 맡은 배우 주드 힐Jude Hill도 벨파스트 태생이며 이 영화가 연기 데뷔작이다. 브래너 감독은 자신의 어린시절을 대변할 배우를 찾기 위해 실제 벨파스트 출신에게 주인공 역을 맡겼다.
주인공 버디가 살던 거리에는 개신교도와 카톨릭교도가 섞여 살았으며 종교 차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이웃들끼리 화목하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개신교도 일당들이 버디가 사는 마을에 거주하는 카톨릭교도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버디의 가족은 개신교도였기에 공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천주교도 이웃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하나 둘씩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개신교 폭도들의 폭력 수위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버디의 가족은 개신교이지만 그 폭도들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었고 따라서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폭도 무리는 버디의 아버지에게 폭력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협박한다. 버디의 가족은 향후 비극적인 분쟁이 길게 이어질 것이 분명한 벨파스트를 떠나야 하는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벨파스트는 종교적 맹신이 초래하는 비극들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 맹신을 공격한다. 종교적 맹신은 합리적인 이유를 필요로하지 않는다. 맹신 집단에 속한 사람은 이미 종교적 믿음보다는 그 집단에 속해야한다는 단일 목적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그 사람은 그 집단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이상 그 맹신 집단에 속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버디는 어린 나이에 종교적 맹신이 초래한 폭력을 직접 보고 겪게 된다. 폭도들로 인해 마을에 개신교와 카톨릭 사이에 벽이 생기자 무슨 종교를 믿느냐가 많은 것들을 결정하게 되었다. 버디는 그런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개신교를 믿든 카톨릭을 믿든 이웃은 그저 이웃이고 친구는 그저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버디 가족의 가치관이기도 했다. 벨파스트의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고 버디 가족의 안전은 점점 더 위협을 받게 된다. 그래서 버디 가족은 결국 벨파스트를 떠나게 된다.
벨파스트는 캐네스 브래너 감독의 추억록이자 회고록 같은 영화이다. 감독은 영화 안에 본인이 그리워하는 시절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정을 듬뿍 담아서 그려냈다. 그 따뜻한 분위기와 실제로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들은 실로 크게 대립된다. 그렇기에 벨파스트를 보는 사람은 그 따뜻함을 망쳐버린 사건들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왜 저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누가 원한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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