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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Review

반가운 독립영화, <종착역>(2020) 후기

by WritingStudio 202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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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라우>를 보러 갔다가 영화시간을 기다리던 중에 CGV에서 상영중인 독립영화들의 예고편들을 보았다. <종착역>도 그 중 하나였다. 

 

흥미로운 예고편이었다. 예고편 속 인물들은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나 대사도 영화적으로 다듬어진 느낌이 없었다. 그렇다고 산만하거나 성의없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적당한 느낌이었다. '세상의 끝'과 지하철 종착역을 연결한 점도 재미있었다. 한 번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영화 속에는 사진은 안 찍고 주로 영화만 보는 사진반에 가입한 여중생 4명이 나온다. 주연 배우들이 '여중생'들이라는 점이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다. <종착역>은 일부러 여중생 넷을 캐스팅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남중생들은 완전히 배제가 된다. 나중에 감독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의 감독들은 '남중생들에게는 놀거리나 즐길거리가 충분히 많다'고 여겼다고 한다. 반면에 여중생들은 무엇을 하고 놀며 어떤 감성을 지녔을까가 궁금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여중생 넷은 '세상의 끝'을 주제로 삼는 사진전에 출품할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들은 어디로 가서 사진을 찍을까 고민하던 중 '지하철 종점역'에 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1호선 종점역인 신창역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여중생들은 그곳에서 세상의 끝을 상징하는 어떤 곳에 우연히 들어서게 되고 그곳에서 어쩔 수 없이 하루를 지내게 된다. 

 

이 영화에는 대본이 없다. 공동감독인 권민표-서한솔 감독은 배우들에게 상황만 주고서는 그 상황 속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도록 하였다. 이 영화 속 배우들은 작품 경험은 없는 연기 학원 학생들이다. 감독 인터뷰를 찾아보니 처음에는 아예 연기를 전혀 모르는 여중생들을 캐스팅하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학생들 부모들이 반대하여 어쩔 수 없이 연기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을 캐스팅을 하였다는데,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울지 몰라도 보는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싶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들이 자연스러워보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영화 속 배우들은 연기 학원을 다녔기에 카메라에는 익숙해보였고 결과적으로 아주 자연스러운 대화 장면들이 만들어졌다.

 

영화 포스터에도 보이듯 이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이 영화가 초정된 부문은 아동/청소년을 다루는 영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아마도 해외의 시각에서 본 한국 여중생들의 모습은 매우 신선해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대본이 없는 영화임에도 배우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너무 자연스러웠다. 영화 관람 후 따로 찾아보니 배우들은 실제로로 친한 친구사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인상적인 연기력이 보이지는 않았기만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영화 속에 표현이 되었다.

 

대본이 없었다는 점은 좀 아쉽기도 했다. 영화에서 대사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압축된 대사가 주는 영화적 즐거움은 느낄 수 없다. 모든 대화가 일상적이고 비압축적이다. 구체적인 대본이 없이 촬영을 하는 설정이더라도 영화를 보다 더 영화적으로 만들어주는 기본적인 대본 작업 정도는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종착역>은 독립영화임에도 느낌이 대중적이다. 독립영화 특유의 날카로움이나 개성보다는 따뜻함이나 친절함이 더 많이 느껴진다. 두 감독이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어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영화들을 찍는다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감성을 지닌 독립영화가 흔하지는 않은 듯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보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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