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가 감독한 영화들은 웃음기라고는 없다. <프리즈너스(Prisoners)>(2013), <시카리오(Sicario)>(2015), <어라이벌(Arrival)>(2016),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2049>(2017). 모두 농담이나 뜬금없는 개그라고는 전혀 없는 영화들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대작 영화를 감독했다. 바로 <듄(Dune)>(2021)이다.
2시간 35분이라는 상영시간에 누군가는 놀라겠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가 2시간 44분이었음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놀랍지도 않다. 영화 포스터들도 하나같이 무겁고 진지하다. 역시나 드니 빌뇌브답다.
영화가 나를 알아서 즐겁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드니 빌뇌브가 감독한 영화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영화는 상업영화이고 고예산 영화이긴 하지만 오락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영화적'인 무언가를 관찰하고 싶어하고 스크린에 펼쳐지는 화면과 대사와 스토리와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드니 빌뇌브가 감독한 영화들은 선물과도 같다. 나는 그런 드니 빌뇌브의 모습에서 관객에 대한 존중을 느낀다. '진지하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 진지하게 영화에만 집중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영화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가볍게 즐기는 상업영화는 넘쳐나기에 드니 빌뇌브와 같은 감독은 소중하다.
<듄>은 연출, 각본, 플롯, 사운드, 촬영, 캐릭터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긴장감이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장면은 이번 영화에서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롯한 영화이다. 대사는 짧고 함축적이지만 전달할 메세지들은 모두 전달한다. 사건의 진행도 자연스럽다.
그 중에서도 촬영과 사운드가 놀라웠다. 영화의 주 무대인 사막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장면들을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게 촬영해냈다. 아날로그적인 느낌과 미래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드니 빌뇌브는 이 영화를 "극장 스크린을 위한 영화"라고 말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말을 절로 이해하게 된다. 스트리밍으로도 공개했다고 들었는데, 꼭 극장에 가서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또한 가능하다면 아이맥스관에서 보기를 추천한다.
이 놀라운 화면을 한스 짐머의 사운드가 더 몰입감 넘치게 만들어낸다. 크리스토퍼 놀란과의 작업을 시작으로 이제는 작곡가를 넘어 음악의 조향사와 같은 위치에 오른 한스 짐머의 사운드는 영화를 가득 채움을 넘어 관객까지도 사로잡는다. 이미 워낙 방대한 음향이 영화계에 나와있기에 '이제 뭐가 더 나올 게 있겠어?'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한스 짐머는 <듄>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단번에 깨버렸다. 그만큼 <듄>의 사운드는 강력하면서도 새로웠다.
캐릭터나 연기는 좋다고 느꼈다. 충분히 좋았다. 캐스팅도 훌륭했고 연기도 좋았다. 촬영이나 사운드가 너무도 압권이다보니 잘 설정한 캐릭터와 좋은 연기가 압도당한 느낌이 들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이번에 개봉한 <듄> 파트1은 인물들의 활동보다는 주인공 폴이 처한 상황과 주어진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인물들이 비교적 덜 부각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운명에 따르기도 하고 대항하기도 하는 폴과 폴과 함께하는 인물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파트2에 집중되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파트 2가 기대가 되기도 한다.
거대한 서사로 채워진 잘 만든 SF영화를 보고 나면 다른 세계에 직접 들어갔다 나온 듯한 묘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이 여러 영화적 느낌 중 하나이며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실제 세계에서는 보지 못하는 영상을 눈 앞에 펼쳐보여주는 일은 영화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꿈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만 그건 또 다른 얘기다).
<듄> 파트1은 많은 이야기를 뒤로 남긴 채, 앞으로 일어날 많은 일들을 암시한 채 끝이 난다. 파트 2의 개봉일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략 2년 뒤인 2023년쯤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성공적인 2부작 영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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