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Venom) 2: 렛 데어 비 카니지(Let There be Carnage)>가 개봉했다. <베놈>(2018)도 그리 좋게 보지 못했기 때문에 <베놈 2>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영화는 어지러웠다. 에디와 베놈을 다 연기하며 1인 2역을 훌륭히 해내는 톰 하디(Tom Hardy)의 연기만이 볼거리였다.
영화 속에서 읽을 만한 스토리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장면과 플롯진행은 의문만을 남겼다. CG는 화려했지만 그뿐이었다. CG를 위해 찍은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쿠키 영상을 보자 이 영화가 왜 만들어졌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되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끼워맞추기 위한 영화였다.
마블 영화는 진행이 될수록 혼란스러워지는 중이다. 처음에는 코믹스를 원작으로 삼아 영화적으로 흥미진진하게 각색한 즐길만한 영화들이 나왔다가 점점 인기가 오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는 그저 더 많은 편 수를 찍기 위한 끼워맞추기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그럼에도 <이터널스>는 기대하는 중이다).
SF영화도 스토리가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다루기에 더욱 더 설득력이 강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이야 상상력으로 채워도 되지만 전체적인 세계나 스토리라인은 앞뒤가 맞아야 하고 알려진 과학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정확해야하기도 하다. 그래야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베놈>과 같은 영화는 심지어 입장이 유리한 편이다. 인간을 숙주로 삼아 묘한 관계를 이어가는 심비오트(symbiote)는 완전한 창작물이기에 이에 대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도 그에 대해 무어라 할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니 스토리라인만 잘 다듬으면 되는데 길지도 않은 한 시간 반 짜리 영화인 <베놈 2>는 모든 스토리가 헛점 투성이다. 설득이 되지 않고 의문만 쌓이며 너무 엉성하다. 모든 장면이 갑작스럽고 밑도끝도 없다.
<베놈>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외계 생명체기 때문에 인간적인 윤리의식으로부터도 꽤나 자유롭기에 '악당은 죽여도 된다'는 파격적인 설정에도 딱 맞다. 숙주를 통해서만 생명을 유지한다는 설정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다. 이 좋은 소재들을 가져다놓고 이렇게 CG만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었으니 <베놈 2>는 어떻게 보더라도 좋게 보아주기는 힘들다.
마블 영화는 원래 이렇게 시나리오에 취약하지는 않았다. MCU의 시작을 알린 <아이언맨(Iron Man)>(2008)은 이야기도 CG도 훌륭했다.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형성된 <어벤저스> 시리즈는 거의 모든 면에서 호평을 받았고 여기에는 탄탄한 스토리라인도 한 몫을 했다. <어벤저스> 시리즈를 보는 내내 '마블은 CG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도 매우 정교하게 만드려고 노력하는구나'를 느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다음부터는 영화에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시리즈를 이어가는 데에만 집중하는 느낌이다. <어벤저스: 엔드 게임>에서 아이언맨이 죽으면서 MCU도 함께 죽은 느낌이다. 대중영화를 제작할 때에는 비지니스적인 고려도 당연히 해야겠지만 너무 비지니스적인 고려만 한다면 괜찮은 수준의 영화조차도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무리한 시리즈 확장보다는 정리와 집중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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